의료봉사단 캄보디아 방문기 ②

▲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도로
아침 일찍 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하고 프놈펜을 출발하여 첫 방문지인 깜뽕츠낭 똘로마을의 생명길교회로 향했다. 태국 국경까지 이어져 있다는 쭉 뻗은 도로를 따라 약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이 똘로 마을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70% 이상이 평지이기에 곧게 뻗어 있기는 했지만 중앙선도 없는 말 그대로 차량 두 대가 서로 교행 할 정도의 폭이었으며 군데군데 움푹 패인 곳도 있고 대체로 울퉁불퉁해 시원스럽게 속도를 내기는 위험한 도로이다.(이 도로가 우리나라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물류와 교통량이 가장 많은 도로란다.) 간혹 새롭게 잘 포장된 구간이 있었는데 우리를 안내한 윤종철 선교사님의 말에 의하면 그런 곳은 민간 회사가 하도급을 받아 포장한 구간이고 울퉁불퉁한 구간은 정부 직영으로 포장한 곳이라고 한다.

즉 정부가 포장한 구간은 원래 규격의 절반 두께로 깔렸기 때문에 처음에는 괜찮지만 시간이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면서 지반이 약한 곳은 움푹 들어가게 되고, 갈라져 웅덩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규격! 을 지키지 않았다는 말은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 규격대로 하지 않아도 묵인해 줬다는 것이다. 그 사회의 부패상을 보여준 한 단면이기도 했다.

▲ 프놈펜시장
캄보디아에서는 ‘캄보디아니까’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보편적인 상식이나 통념이 아닌 캄보디아에서만 통용되는 보편적인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즉 공무원이 민원서류를 처리하는데 도장을 찍어서 전달해 주면 되는 것을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오후에 오라고 한다든지, 교통경찰이 외국인이 운전하는 차량은 무조건 세우고 본다든지, 급행료를 주면 며칠이 걸려야 하는 일도 금방 해결 된다든지,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든지 하는 식의 나태하고 뇌물과 편법이 어떤 법보다 우선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것이 캄보디아의 현재의 모습이다.

그것도 한편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다. 1년 국가 예산의 절반 정도를 외국 원조에 의존하다보니 공무원의 평균 임금이 기본 생활도 안 되는 약 30$정도라고 한다. 이러니 기본 생활을 위해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돈을 받고 팔기도 하고, 오후에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고, 교장 선생님! 이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이 타고 온 자전거 보관료를 받기도 하고 공무원은 민원처리를 하면서 당연히 뇌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 잃어버린 약사발 대용품으로 현지에서 급하게 구한 미니 돌절구
약속 시간 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진료를 준비하다가 아뿔싸 약품 박스 하나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박스에는 항생제 연고와 약 봉투, 정제로 된 약을 가루로 만드는 약사발이 있는 박스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항생제 연고가 통째로 없으니 첫 날 진료부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전날 묵었던 호텔에 전화를 해보는 등 여기저기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보았지만 끝내 그 박스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급한 대로 약 봉투는 편지봉투를 구입해서 대신했고, 약사발은 미니 돌절구를 구입해서 대신했다.

이번만은 약사발 소동은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약사발 소동은 계속되었다.(처음 무료진료를 시작했을 때 아기 환자가 많아서 정제로 된 약을 가루로 분쇄해야 하는데 미처 약사발까지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병뚜껑에 약을 분쇄하는 헤프닝이 연출되었었다.)

경황없이 시작된 첫 날 진료는 날씨도 도와주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에 바람도 불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로는 땀이 줄줄 흘러내릴 정도였다. 하루 종일 진료를 했던 송관욱 선생님(로고내과 원장, 희망진료센타 공동대표)은 옷이 비에 젖은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은 손수건을 비틀어 짜보니 물이 죽 흘러내렸다.

좁은 공간에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의 열기에 무더운 기온까지 더하면서 밖이나 안이나 말 그대로 찜통더위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더더욱 전날 밤 늦게 도착하여 밤잠을 설친 덕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럼에도 아침부터 와서 진료를 받기 위해 선 줄을 보고는 힘든 내색도 하지 못하고 진료는 예정보다 조금 늦었지만 시작되었다.

농촌 지역의 경우 보통 하루 두 끼로 생활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12살이 되었다고 하고, 60~70대의 노인 같은 분들이 40대라고 하니 이분들의 나이를 종잡을 수 없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상당수가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생충에 감염된 듯하였다. 의학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구충제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항문에서 기생충이 나온다는 말을 할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요즘 우리나라 구충제는 기생충을 몸 안에서 녹여 없앤다고 한다.)

영양 불균형은 곧 질병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한 여인이 심한 빈혈 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태아에서 자라는 아이도 건강할리 만무하다. 또한 잘 먹지도 못하면서 몸 안에 기생충이 많다면 영양 상태는 더욱 좋지 않을 것이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무릎이 아프다는 분에게 딱히 처방할 약이 없어 비타민을 주었는데 그것을 먹고 아픈 무릎이 나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기존 우물과 외국의 원조로 만들어진 깨끗한 우물
처음부터 우리 진료 봉사팀은 오염된 물로 인해 발생하는 갖가지 수인성 질환 예방을 위해 우물파주기 활동도 같이 펼쳤다. 그래서 진료봉사를 가는 마을에 능력이 되는 만큼의 우물을 팠다.(우물 한 개를 파는데 약 250$ 정도가 소요된다고 함) 또한 구충제와 영양제를 최대한 준비하여 진료 지역 사람들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이번에도 셋째 날 진료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집단으로 구충제를 복용시키기도 하였다.

지금 캄보디아 농촌은 우리나라 60년대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먹을 것이 부족하여 끼니를 거르고,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영양결핍으로 깡마른 체구에 성장도 제대로 안되어 아주 작다. 어른들도 대부분 빈혈 등 영양결핍이 동시에 나타난다.

▲ 비타민을 나눠주기 위해 포장하고 있는 벧엘의집 사무국장 조부활목사
그리고 대부분 머리에는 이가 있고, 몸속에도 회충, 요충 등 기생충에게 그나마 남은 영양분을 빼앗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차례의 진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타민이라도 충분하게 공급해 주면 그들의 건강상태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다. 먹는 물만이라도 오염되지 않은 물이라면 오염된 물로 인해 생기는 질병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구충제 보내기, 비타민 보내기 운동이 생겼으면 한다. 의료봉사활동이 한정된 시간, 집중된 지역에서 행해진다면 후속 프로그램으로 그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고 비타민과 구충제라도 충분히 보내 영양 상태를 개선하고 기생충을 없앤다면 그들의 건강은 한결 나을 것이다. 덧붙여 그 나라 구호단체나 믿을만한 조직을 통해 우물파기 운동도 곁들인다면 캄보디아 농촌의 건강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길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이 역사의 아픔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지렛대가 되었으면 한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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