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집 출간해 병원, 교도소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책 나눔으로 행복을 전한지 8년

사진제공 : 동구청
“병원이나 교도소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이 시를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고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평생 집필한 시집을 출간해 따뜻한 이웃사랑을 8년째 실천 하는 이가 있어 화제다.

동구 판암동 주공아파트 4단지에 거주하는 조범원(86세,사진)옹이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

지난달 23일 동구청을 방문해 동구 관내 어려운 이웃들이 시를 읽으며 희망을 갖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자신이 직접 집필한 시집 2,000권을 기증했다.

조 옹이 이렇게 자작시집을 출간해 병원, 학교, 소년원, 교도소 등에 기증하기 시작한 것은 99년도부터.

“미수(米壽)를 앞둔 나이에 더 이상 무슨 욕심이 남아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고심 끝에 지금까지 써왔던 시들을 책으로 발간해 필요로 하는 곳에 기증하게 됐다”는 조 옹.

조 옹은 황해도 옹진군에서 출생해 중학교 2학년 시절 일본인 담임선생이 가르침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 황해일보라는 신문에 시가 게재되면서자부심과 용기를 갖고 시에 대한 감흥이 이는 대로 글을 써 나갔다.

일제강점기에 있던 그 당시 조 옹이 19세 되던 해 학교를 졸업하고 교원고시검정시험을 합격해 교편생활을 해오던 중 8․15해방 후 친일파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편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49년도에 교사로 복직,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천으로 피난을 온 뒤 경기도 용인의 한 시골 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며 정착하게 된다. 1977년도에 대전 동산초등학교로 발령받아 42년여 동안 교직에 몸담아 오다 1968년 태평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조 옹은 5남매를 둔 가장으로 행복하게 살아오다 65년도에 교통사고로 아내와 사별하면서 아내가 생각날 때면 가슴에서 눈물이 베어 나와 마음을 달래보고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와 인연을 맺게 된 것.

설상가상으로 80년도에 큰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 그의 인생길은 많은 고통과 불행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힘든 나날들이었다.

게다가 재혼한 부인으로부터 퇴직금을 어이없이 사기당한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영구임대주택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다.

조 옹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마음의 위안이 됐던 것은 오직 한 가지. 시에 그의 열정을 담아 창작활동을 하는 것 뿐이 다“라며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드디어 지난 99년도에 ‘갈매기 슬피우는 거기서 하룻밤을’이란 시 등 700여 편이 수록된 첫 시집을 발간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26년 만에 자신의 시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그의 시에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굴곡이 심했던 그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99년 당시 조 옹은 간질환으로 투병 중에 있을 때 “자신이 펴낸 시집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야겠다” 다짐한 그는 지금까지 모두 24집을 펴냈으며, 지역 대학병원과 전국교도소 등에 2만여 권이 넘는 시집을 사회에 환원해 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는 시내 각 기관과 대전시내 고등학교 등에 '귀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금연하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금연 문구를 넣어 계몽용으로 ‘금연시집’을 펴내 기부하기도 했다.

조 옹은“시집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 줘 다음에도 시집을 보내달라 할 때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마음이 든다”며“앞으로도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시집을 펴내 더 많은 곳에 기증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남다른 시사랑과 이웃사랑의 애착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조 옹이 꿈꾸는 밝은 세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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