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쉼터 가족 중에 김 0 0 이 야베스공동체에서 일을 시작하고 난 후 첫 월급을 받았다. 아저씨라고 하기엔 아직 젊고 청년이라고 하기엔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로 머리는 벌써 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 있다.

이 친구의 첫 월급이 내게 진한 감동이 되는 것은 이 친구의 삶이 그만큼 평탄치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벧엘 식구 한 사람 한 사람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고, 야베스공동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50여명 가까이 되는데 첫 월급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받았을 것이고 그 때마다 나에게 감동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렇게 모든 사람의 사연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친구의 첫 월급은 나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름대로 그만큼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오래전 벧엘에서 생활하다가 독립을 해 보겠다고 도시락 배달 업체에 직장을 구해서 벧엘의집을 떠났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 되어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차량절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특수강도로 약 3년 가까이 영어 생활을 하고 얼마 전 출소해서 다시 벧엘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벧엘을 떠날 당시 직장은 구했어도 아직 벧엘을 떠날 때는 안되었으니 좀 더 있으면서 돈도 모으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후 나가도 늦지 않는다고 만류했는데 끝내는 휙 떠나더니 얼마 되지 않아 검찰에서 특수강도로 유치장에 송치되었다는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초범이어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줄 알았는데 함께 죄를 지은 사람들과 형평성 및 죄질이 특수강도라는 것 때문에 3년 가까이 실형을 선고 받고 형을 살다가 만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의 신원보증을 통해 가출소 한 것이다.

이 친구는 최종학력은 중학교 중퇴이다. 고향은 충북 0 0군인데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잦은 구타로 중학교를 다니다가 가출하여 세상을 떠돌다가 벧엘의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외형으로 보면 키는 왜소하고 착하게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이 친구는 다른 가족과 달리 대전역 거리급식이며, 진료소 봉사며, 궂은일을 잘 도와줬다. 그런 그가 벧엘을 떠나 생활하다가 특수강도라는 죄를 지은 것이다.

교도소에 있는 동안 가끔 면회를 가면 이사람 저사람 안부를 묻기도 하고 앞으로 출소하면 단단히 마음잡고 열심히 살겠다는 약속을 수없이 하더니 어느 날 교도소로부터 신원보증을 서면 수형점수가 높아 가출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출소하면 다시 벧엘의집에서 생활할 것을 약속 받고 신원보증을 통해 만기를 채우지 않고 가출소를 하게 되었다.

출소 후 다른 곳에 가면 다시 나쁜 길로 빠질지 몰라 야베스공동체에 자리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도록 했는데 어느 날 전화가 온 것이다. 자기가 첫 월급을 받았는데 저녁을 사겠다는 것이다. 요즘 정신없이 바쁘기도 하고 무슨 저녁인가 싶어 나중에 시간이 되면 하기로 했다. 그런데 또 며칠이 지나서 사무실로 찾아와 언제 시간이 되냐는 것이다. 그래서 약속을 잡았는데 깜빡 약속을 잊고 다른 약속

자녀가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내복을 사 드리는 풍습이 있다.

그 의미가 뭔지는 잘 모르지만 이 친구의 첫 월급으로 먹은 짬뽕에는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니 많은 의미를 담고 싶다. 다시는 곁길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향해 똑바로 가겠다는 다짐이 있을 테고, 월급을 받았다는 뿌듯함도 있을 것이고, 고마움의 표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그 짬뽕에 다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아줬으면 하는 나의 바램을 담아본다. 아니 그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0 0야 짬뽕 잘 먹었다. 정직하게 땀 흘린 보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더욱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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