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안녕하세요.

여러모로 살기 팍팍한데 김연아 선수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네요.
고맙습니다. ^^*

이번에 우승한 대회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이라고 하네요.
이름이 이렇게 길어서야 어디 외우기나 하겠어요?

더군다나 요즘은 뭐든지 합쳐서 새로운 것을 이루어 내는 게 사회 분위기이다 보니
조직이름도 기능을 합치는 쪽으로 나가게 되나 봅니다.
그러나 언어 특성은 짧고 간단한 쪽으로 흘러가 자연히 이름을 줄여 약어를 쓰게 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선관위'라 하고,
농림수산식품부를 '농식품부'라 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국과수'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에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도 부서 이름을 많이 바꿨습니다.
농업과학기술원이 국립농업과학원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줄여 농과원이라하고,
작물과학원이 국립식량과학원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줄여 식량원이라고 합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긴 낱말을 줄이고자 약어를 쓰는 것은 좋은데,
줄일 때 잘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전원주택을 줄인답시고 전주라고 한다거나,
고속철도를 줄여 고철이라고 한다거나,
유선방송을 줄여 유방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는 기후변화생태과가 있습니다. 이를 '기생과'로 줄일 수 없잖아요.

낱말을 줄이되 꼭 개개 낱말의 맨 앞에 오는 낱말을 따다 쓸 까닭은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과는 실용화기술과인데, 이를 '실기과'로 하면 안 되고, '실용과'라고 줄이는 게 좋을 것 같고,
옆에 있는 첨단농업과는 '첨농과라고 첨단과 농업에서 한 자씩 따오지 말고 '첨단과'라고 앞 낱말만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낱말을 줄여 사람들이 자주 쓰면 그게 사전에 오르게 됩니다.
돈을 넣고 빼는 입금과 출금은 줄여서 '입출금'이 되고 지금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바꾸고 고치는 개수와 보수도 줄여 '개보수'라 쓰고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하나 더 짚고 싶은 게 두음법칙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줄이면 '전경련'이지 '전경연'이 아닙니다.
두음법칙에 따라 낱말 맨 앞글자에서 ㅕ 앞의 ㄹ은 ㅇ이 되어 '연합회'지만,
전경련으로 낱말이 하나가 되면 맨 앞에 오는 글자가 아니므로 '연'이 아니라 '련'으로 써야 바릅니다.
약어를 만들 때 두음법칙을 따져야 합니다.

오늘 글은 좀 복잡하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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