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회랑 서쪽서 고려 시대 담장도 확인…추가 발굴 때 성격·기능 명확 기대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문화재청 국립 경주 문화재 연구소가 신라 사찰 학술 조사 연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황룡사 서회랑 서편 지역 발굴 조사 성과를 25일 연구소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경주 황룡사지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문화재관리국 문화재 연구소 경주 고적 발굴 조사단에서 금당지와 목탑지 등이 위치한 중심 구역과 강당 북편 지역 등의 발굴을 진행했다.

서회랑 서쪽 지역은 당시 조사단 사무실이 위치했던 장소로 사역 내 유일하게 발굴하지 못해 미조사 지역으로 남아있던 곳이다.

그동안 서회랑 서쪽 지역은 금당, 목탑 등이 위치한 예불 공간과는 달리 승려의 생활 공간이나 사찰 운영과 관련이 있는 시설 등이 위치했을 것으로 막연히 추정해 왔다.

국립 경주 문화재 연구소는 2018년부터 서회랑 서쪽의 미조사 구역 가운데 북쪽을 우선적으로 발굴했다. 발굴 결과 통일 신라~고려 시대에 이르는 건물지, 배수로, 담장지, 폐와 구덩이 등 다수의 유구를 확인했다.

특히 건물지는 상층에 고려, 하층에 통일 신라 시대 건물지가 중복하고 있어 황룡사 외곽의 공간 구성이나 건물 배치의 추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회랑에서 서쪽으로 약 9m 떨어진 곳에서는 남북 방향으로 조성된 35.5m 길이의 고려 시대 담장도 확인했다. 길이 30~50㎝ 되는 사각형 석재를 기초로 하고, 그 위에 대형 암키와 조각을 여러 단 쌓아 수평을 맞춘 후 다시 상부에 석재나 벽돌을 올리는 방식으로 축조됐다.

이 담장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을 구획한 것으로 보이며, 회랑 안쪽의 예불 영역과 바깥 쪽의 생활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통일 신라 시대 건물지 하층에서는 약 5~10cm 크기의 잔자갈과 황색의 점토가 섞인 층이 노출됐다.

이 흔적은 도로 기층부로 추정하고 있으며, 남북 방향의 도로 유구로 이어질 경우 황룡사 서편의 사역 확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삼국~고려 시대에 사용한 기와류, 토도류, 금속 유물 등이 다수 출토됐고, 금동제·철제 자물쇠 3점이 주목 받는다.

넓지 않은 조사 구역 내에서 통일 신라·고려 시대 자물쇠 3점이 출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서회랑 외곽 공간의 기능을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로 보인다.

특히 통일 신라 시대 건물지 기초층에서 출토한 길이 6cm의 금동 봉황 장식 자물쇠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매우 특징적인 유물이다.

주조로 제작한 금동 자물쇠는 봉황의 비늘이나 날개 깃털 등의 문양을 세밀하게 표현해 매우 정성스럽게 만든 귀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구역은 사찰과 관련해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장치나, 시설 등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조사 지역의 추가 발굴이 이어지면 해당 공간의 성격이나 기능이 보다 명확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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