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발견 수거 벽지 해체 과정서…24일 학술 대회서 해당 유물 공개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문화재청 국립 해양 문화재 연구소가 올 6월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조선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힌 수군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를 발견 이후 수거한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와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한시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는 1843년 7월 16일 태안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官家)로 사용될 집을 짓고 다음 해 안흥진 첨사(安興鎭 僉使) 조진달(趙鎭達)의 재임 기간인 1844년에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한시의 제목은 黃麥打麥羊 出家家(집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해 거둬 가다)며, 내용에는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 밤 보리를 보내 왔구나(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라는 문장이 있어 이 가옥이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軍布)나 곡식을 거둬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흥진 수군의 중요 임무 가운데 하나였던 조운선의 안흥량 통과를 위한 호송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의 희생과 이를 비유한 한시도 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699-759)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려 능숙한 초서체(草書體)로 '사람이 계수나무 꽃 떨어지듯 해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라고 해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 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실제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중 뒤집혀 침몰하는 것이 10척 중 7~8척에 이르고, 1년에 침몰하는 것이 적어도 20척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바람을 만나 사고가 많으면 40~50척에 이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사고가 많은 해역의 특성으로 수군과 조운선을 관리하는 이 고가(古家)에서는 '無量壽閣(무량수각: 영원한 생명을 기원하는 건물)'이라는 문구도 발견됐다.

국립 해양 문화재 연구소는 이번 태안 신진도 수군진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내려오는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 문집과 문학 작품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또 24일 태안 해양 유물 전시관에서 개최하는 제2회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 대회에서 해당 유물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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