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성빈 교수 연구팀…국내 물리학계 흔치 않은 이론 발견·증명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KAIST 물리학과 이성빈 교수 연구팀이 두 겹으로 비스듬하게 겹쳐 있는 뒤틀린 이중 층 그래핀의 무아레 무늬(나노 물결 무늬)에서 새로운 고차-위상학적 양자 상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 뿐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2차원 물질의 무아레 구조를 연구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어 광범위한 응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물리학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론적 발견과 증명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프랑스어로 물결이라는 뜻의 무아레(moire)는 두 격자 구조를 비스듬히 겹쳐 놓았을 때 물결이 일렁이듯이 나타나는 간섭 무늬를 말한다.

모기장이 겹쳐 있는 부위에 햇빛이 비치면 물결 무늬가 발생하는 것처럼 일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다.

무아레 무늬는 일상 생활 뿐만 아니라 그래핀과 같은 이차원 나노 물질 두 겹을 비스듬하게 올려놓았을 때도 나타난다.

이때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에서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는 그래핀 격자의 주기를 수십에서 수만 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원리로 뒤틀림 각도에 따라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가 되기도 하고 전기 저항이 아예 없는 초전도체가 되기도 하는 등 물성이 크게 변화한다.

마법의 각도(magic angle)라고 불리는 1.1도 부근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발견돼 이를 설명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2차원 물질 고차-위상학적 절연체의 존재는 아직 실험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어 이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에서는 이 같은 2차원 물질의 위상학적 양자 상태를 설명하기 위한 명확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뒤틀린 그래핀 이중 층에서 나타나는 무아레 무늬의 단위 격자당 탄소 원자의 개수가 수천에서 수만 개에 달해 전자의 움직임을 풀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런 탄소 기반 전자 구조를 이론적으로 정확히 기술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전산 능력의 대용량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특수한 상황으로 가정해 적용하는 근사 방법에 의존해야만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교수 연구팀은 근사 방법이 아닌 그래핀 이중 층의 무아레 무늬에서 나타나는 탄소 구조가 뒤틀림 각도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몇 가지 정확한 공간 대칭성을 갖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를 통해 뒤틀림 각도에 상관없이 이중 층 그래핀이 절연체라면, 이 이중 층 그래핀은 반드시 고차-위상학적 절연체 상태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는 그래핀 이중 층이 갖는 회전 대칭성과 무아레 대칭 이동성이 뒤틀림 각도에 상관없이 항상 성립하는 것을 활용하는 원리다.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어떠한 근사 방법에도 의존하지 않고 규명했다는 의의가 있다.

박문집 연구원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11월 22일 자 온라인 판에 편집자 추천(editors' suggestion) 논문에 선정됐다.

이와 함께 매달 전체 물리학계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주제를 소개하는 네이처 리뷰 피직스 (Nature Review Physics) 연구 하이라이트(research highlight)에 11월 14일 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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