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안녕하세요.

요즘 자리를 옮기시는 분이 많습니다. 다들 똑똑하시고 지도력이 좋으신 분들이시겠죠?

오늘은 오랜만에 외래어표기법을 좀 알아볼게요.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영어로 leadership이라 하고 이를 '리더십'이라 씁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지도력이나 통솔력으로 다듬었습니다.
이 '리더십'을 '리더쉽'이라고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네이버 웹문서에서 리더십을 검색하니 2,616,314건이 나오고, 리더쉽을 검색하니 709,592건이 나오네요.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낱말 끝에 오는 [∫], [t∫]를 '시, 치'로 적어야 합니다.
따라서 리더쉽이 아니라 리더십이 맞고, 벤취가 아니라 벤치가 맞으며 브리티쉬가 아니라 브리티시가 맞습니다.

leadership, bench, British를 영국사람이 어떻게 발음하고 미국사람이 어떻게 소리 내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쓰는 말을 우리끼리 어떻게 쓰고 읽을지가 중요합니다. 그 원칙이 외래어표기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바꿀 일이 없으면 더 좋겠지만,
그럴 때 쓰라고 만든 규정이 외래어표기법이고, 꼭 필요해서 만든 규정이라면 지키는 게 옳다고 봅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외래어표기법에 있는 규칙 몇 개 더 볼게요.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우리말로 적을 때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브로찌가 아니라 브로치고, 뻐쓰가 아니라 버스고, 빠리가 아니라 파리고, 싸이버가 아니라 사이버고, 싸이트가 아니라 사이트며, 싸인이 아니라 사인입니다.

또 알파벳 'f'는 모음 앞에서 'ㅍ'으로 써야 합니다.
그래서 훼밀리가 아니라 패밀리고 화이팅이 아니라 파이팅이며, 홱스가 아니라 팩스며, 후라이가 아니라 프라이입니다.

모음 앞의 [t∫], [d3(이런 비슷한 모양)]는 'ㅊ', 'ㅈ'으로 적어야 하는데 이때 이중모음을 쓰지 않습니다.
실은 우리말에서도 ㅊ, ㅈ과 함께 쓰는 이중모음은 소리를 가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레져가 아니라 레저가 맞고, 비젼이 아니라 비전이 맞으며, 챠트가 아니라 차트가 맞고, 텔레비젼이 아니라 텔레비전이 맞습니다.
사실 레져나 레저나 소리내 보면 거의 같잖아죠. 비전이나 비젼이나...

외래어표기법은 다른 나라 말을 우리말로 어떻게 적을지에 관한 규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말을 꼭 써야 한다면,
우리 나름의 규정을 만들어 놓고 그 규정에 맞게 쓰는 게 바르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말이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규정도 없이 마구잡이로 쓰다 보면, 우리말이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멍들어 나중에는 다 없어지고 말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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