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당국 경쟁 위주 제도 개혁 실패 인정 요구, "부결"

▲ 13일 오후 7시 카이스트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KAIST 비상총회에서 학생들이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잇단 학생 자살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KAIST 학부생들이 '서로를 감싸고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감한 반면 '서남표 총장 개혁 실패 인정'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KAIST 학부 총학생회는 개교 이례 처음 '비상학생총회'를 소집, 행정본관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4가지 안건에 대한 의결을 진행했다.

의결에 앞서 한 학생은 "이번 사태가 학교만의 책임은 아닌 것 같다. 우리의 책임은 없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가 좀더 학우를 배려하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안건들이 학교에 요구하는 것만 나와 있는데 우리가 고쳐야 할 것,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검토를 하는 자리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생도 "이번 안건이 정책적인 면이 많은데 우리가 서로 감싸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정책적 사안에서의 패배감은 서로가 배려하고 아끼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는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반면 다른 학생은 "군대를 가기 전 학생들은 즐겁게 공부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군대를 다녀오고 보니 지금은 병든 닭 같다"며 "갑자기 영어 수업을 해서 놀랐고, 개혁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에 입학했다는 한 학생은 "KAIST의 이사진 사퇴를 요구, 서 총장이 이사회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여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책임을 물고 사퇴, 총동창회 등 카이스트를 진정으로 위할 수 있는 이사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13일 열린 KAIST 비상총회에서 한학생이 주의 사항 등을 듣고 있다.

본격적인 안건 의결에서는 '학생정책 결정과정에 학생대표 참여와 의결권을 보장토록 제도화를 요구한다'는 첫번째 안건이 전체 인원 914명중 872명이 찬성, 15명이 반대, 나머지가 기권으로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러나 두번째 안건인 학교 당국의 '경쟁 위주의 제도개혁' 실패 인정 요구는 전체 852명 중 416명 찬성, 317명 반대, 119명이 기권해 과반수 부족으로 부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일부 학부생이 서 총장의 개혁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학부생들은 이번 총회에서 서 총장의 '거취 문제' 등은 일체 거론하지 않았으며 논란이 됐던 차등수업료 폐지와 영어 강의 개정 등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 안건을 찬성, 모두 가결시켰다.

비상총회가 끝난 후 서남표 총장은 직접 자리에 참석해 "학생들이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 모인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세계 명성에 걸맞는 카이스트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며 "나를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생각해 언제든 만나고 싶으면 연락을 주고 자주 만나자"고 다독였다.

한편 서남표 총장은 이번 비상총회에서 의결된 안건에 대해 3일 안에 답을 줄 예정이다.

▲ 13일 열린 KAIST 비상총회에 참여한 학생의 명단을 총학생회원이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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