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축구대표팀 골키퍼는 이운재(37. 수원)로 통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를 주도햇고 4년 뒤 독일에서도 사상 첫 원정 첫 승에 기여했다.

이렇듯 숱한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쌓아온 이운재의 명성은 후배들에게는 범접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2010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조금씩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리그 9경기에서 18골이나 내준 이운재의 부진과 맞물려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대표팀 주전 '장갑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바로 정성룡(25. 성남)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이운재와 정성룡, 김영광(27. 울산) 등 3명의 골키퍼가 있지만 주전 수문장의 자리는 이운재와 정성룡의 양강 구도로 좁혀진 모양새다.

성남일화의 붙박이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은 리그 11경기에서 10골만을 내줬을 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팀을 8강에 올려놓았다.

허정무 감독(55)은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전에 정성룡을 주전 골키퍼로 내세웠다.

남아공월드컵 출정식이자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의미있는 경기에 이운재 대신 정성룡에게 골문을 맡긴 것이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성룡은 안정적인 선방으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정성룡의 상승세는 허 감독을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지게 했다. 큰 경기에서의 안정감과 최근 컨디션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는 24일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2002에서 열리는 한·일전에는 정성룡보다는 이운재의 선발 출전이 유력시된다. 물론 상대 팀은 다르지만 허 감독은 이운재와 정성룡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의 선의의 경쟁은 한·일전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점화될 전망이다. 벨라루스(30일), 스페인(6월 3일)과 평가전을 앞둔 허 감독은 두 경기를 통해 주전 수문장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제2의 혹은 제3의 골키퍼로 남아공에 가는 듯 했던 정성룡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