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는 골을 넣는 공격수의 활약이 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이를 저지하는 수비수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수를 막는 과정 속에 거친 태클과 몸싸움, 심판의 눈을 속이며 펼치는 신경전을 피할 수 없다.

모든 것은 팀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지만, 전후반 90분 내내 수비수에게 시달리는 공격수와 이 모습을 지켜보는 관중에게는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심지어는 심판에게 제지를 받고 퇴장당해 팀 전력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도 세계의 황금발들을 막기 위한 수비수들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부심들은 공격축구 기류 속에 어지간한 과정들은 그냥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도를 넘은 충성'을 펼치는 몇몇 선수들에게는 철퇴를 내릴 전망이다.

지난 남아공월드컵 예선을 통해 심판진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수들을 대륙별로 추려본다. 뉴질랜드가 압도적인 힘을 과시한 오세아니아는 제외했다.

▲아시아=루크 윌크셔(29. 호주)

2001년 호주 20세 이하(U-20) 대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를 거친 윌크셔는 어엿한 '사커루'의 일원으로 성장해 2006독일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세계 무대 진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거친 몸싸움이 난무하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트벤테)에서 익힌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 탈이다.

윌크셔는 아시아지역 예선 11경기에서 990분 간 활약하는 동안 5회의 경고를 받았다.

직접 퇴장을 당하지는 않아 이 부분 1위 자리를 압둘라 파타디(25. 바레인)에게 내주기는 했지만, 본선에서도 버릇을 고치지 못할 경우 핌 베어벡 감독(54)을 난감하게 만들 수 있다.

▲유럽=카를레스 푸욜(32. 스페인), 데얀 스탄코비치(32. 세르비아)

각각 FC바르셀로나(스페인),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에서 활약 중인 두 동갑내기 선수들도 요주의 인물로 꼽히고 있다.

푸욜은 6경기 540분간, 스탄코비치는 8경기 619분간 4장의 경고를 받았다.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나마 안도할만 하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치러지는 본선의 특성상, 이들이 언제 야수로 돌변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스와 맞대결을 앞둔 한국은 10경기 동안 4차례 경고를 받은 바 있는 콘스탄티노스 카초우라니스(31)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알렉산드레 송(23. 카메룬)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어린 나이인 송은 카메룬의 본선행을 위해 몸을 던졌다.

송은 8경기 720분 동안 1장의 레드카드와 2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수는 적지만 팀에 미친 영향이 심대할만한 것들이었다.

본선에서 네덜란드, 덴마크 등 거친 팀들을 상대하는 과정 속에서 송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전망이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주=카를로스 테베스(26. 아르헨티나), 라파엘 마르케스(31. 멕시코)

허정무 감독(55)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시티에서 남다른 성격을 드러낸 테베스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테베스는 남미예선 중 무려 두 번이나 레드카드를 받으며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51)의 속을 썩였다.

이정수(30. 가시마 앤틀러스), 조용형(27. 제주) 등 허정무호 수비수들의 집중견제를 당할 테베스가 남미예선에서 발휘한 성격만 그대로 발휘해준다면, 의외로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을 전망이다.

마르케스는 북중미-카리브해 예선의 다른 경쟁자들보다 절반 가량에 불과한 7경기를 뛰면서 1차례의 퇴장과 4차례의 경고를 받아 남다른 힘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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