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에 대해 한 쪽은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다른 한 쪽은 반드시 이겨 분위기 반전을 꾀하겠다고 한다. 확연히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24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월드컵 개막이 눈앞인 상황에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숙명의 라이벌이 평가전을 갖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본선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만날 한국이나 네덜란드, 카메룬, 덴마크를 상대할 일본 모두 16강 진출을 다퉈야 할 특정 팀을 겨냥한 평가전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타이틀도 없다.

그래도 아시아 축구의 양대산맥으로 평가되는 한국과 일본이 만난다.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되는 매치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앞둔 양국과 감독의 입장 차이는 크다.

허정무 감독(55)은 출국에 앞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훈련을 하는 내내 한일전은 승패를 떠나 월드컵 본선을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자칫 다치기라도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대표팀과 허 감독이 입게 된다. 때문에 이번에는 한일전의 특수성과 승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

허 감독은 22일 출국에 앞서 "이번 기회에 한일전이 주는 심리적 압박을 털어내고 싶다"며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우리의 진정한 실력을 시험하는 무대로 삼아야 한다"고 일본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64)도 "예전 선배들은 한일전에서 전력과 상황을 떠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세대에 따른 단순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이제는 선수 개개인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이를 악물고 한국전에 임할 분위기다. 일본은 한일전을 통해 '선수단 분위기 반전'과 '국민적 관심 끌어올리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입장이다.

세르비아 2군에 0-3으로 패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면서 일본 축구팬들의 월드컵 외면은 심각한 수준이다. 오카다 다케시 감독(54) 경질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이 '선수단 분위기 반전'과 '국민적 관심 끌어올리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놓은 계획은 한국전 승리다.

이누카이 모토아키 일본축구협회 회장이 반드시 승리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7년 오카다 감독이 부임한 이후 공식적으로 승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정도.

그만큼 일본은 이번 한일전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패할 경우,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다.

허 감독이 생각하는, 오카다 감독이 생각하는 한일전은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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