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한국의 2022월드컵 유치를 놓고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의 빅딜에 성공했다.

정 부회장(59)은 오는 2011년에 있는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함맘 회장(61)을 전폭 지원하는 대신, 함맘 회장으로부터 2022년 월드컵 한국 유치 지지를 약속 받기로 했다.

AFC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9일 "함맘 회장이 오는 15일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함맘 회장은 13일 일본 도쿄를 찾아 이튿날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일본 간의 2010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를 관전한 뒤, 15일 정 부회장과 함께 방한한다.

정 부회장도 14일 오전에 도쿄로 떠난다.

함맘 회장은 방한 기간 청와대를 방문,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국내 축구계를 둘러본 뒤 AFC하우스가 있는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로 돌아갈 계획이다.

특히, 함맘 회장은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나선 한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입장도 표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함맘 회장이)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관전한 뒤 인접국가인 한국에 들어와 16일 오후에 협회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함맘 회장의 방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그는 "16일 오후에는 협회에서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라며 "어느 세계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동지도 없다"고 유치 지지 협의에 대한 가능성도 시인했다.

그간 앙숙지간에 있던 정 부회장과 함맘 회장 두 사람의 이번 도쿄회동 등, 일정이 성사된 것은 정 부회장의 큰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함맘 회장은 내년에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두 사람간의 빅딜로 정 회장은 국내 정치에 전념하고 사실상 FIFA 회장 출마의 뜻을 접을 것으로 보인다.

함맘 회장은 중동(카타르) 출신이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제 3국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가 제프 블래터 FIFA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유럽세에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함맘 회장이 FIFA회장선거에 나설 경우 그를 적극 지원하고, 2022월드컵 유치에서 그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2022월드컵 유치전에서 호주를 지지해왔던 함맘 회장은 정 부회장이 손을 내밀자 입장을 접고 한국을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해 5월 AFC회장 및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선출 선거전에서 셰이크 살만 바레인축구협회장을 공개 지지해 재선을 노리고 있던 함맘 회장과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당시 함맘 회장은 정 부회장을 맹비난했고,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에게도 "목을 잘라 버리겠다"는 막말을 해 빈축을 샀다.

이에 정 부회장도 선거 직전 있은 기자회견에서 "(함맘 회장은)정신과 치료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응수하는 등 날을 세웠다. 하지만 선거는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의 막판 지지를 등에 업은 함맘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함맘 회장뿐만 아니라 블래터 회장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정 부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오는 12월 스위스 취리히의 FIFA본부에서 열리는 집행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2022년 월드컵 유치 성공을 위해 함맘, 블래터와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함맘 회장의 방한은 정 부회장이 최근 스위스를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과 함께 FIFA본부를 방문해 블래터 회장을 만나 월드컵 유치 지지를 당부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됐다.

함맘 회장이 한국을 지지하게 됨에 따라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 청사진도 한층 밝아질 전망이다.

스포츠전문지 '월드사커매거진'은 2008년에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조사에서 함맘 회장을 3위에 올려 놓은 바 있다.

중동 오일달러를 등에 업고 AFC 회장에 올라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이끌었고, 블래터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는 등, 무시 못할 힘을 가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제 축구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함맘 회장의 한국 지지는 유치전에 뛰어든 일본, 호주를 제외한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등 제 3국의 지지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 투표권을 가진 FIFA 집행위원인 함맘 회장으로부터 확실한 한 표를 얻은 것도 소득 중 하나다.

한편, 2022월드컵 개최지는 FIFA 집행위원회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되며, 이때 2018년 월드컵 개최지 역시 함께 확정된다.

현재 한국과 카타르가 2022년 대회만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미국, 잉글랜드,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가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유치에 도전하고 있다. 

▲ 정몽준, 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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