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사비기 왕굴 시설 추정 건물지서…백제 멸망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상 보여

[시티저널=허송빈 기자] 문화재청 국립 문화재 연구원 국립 부여 문화재 연구소가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 백제 사비기 왕궁 시설로 추정하고 있는 건물지의 유물 폐기층과 수혈 유구에서 칠피 갑옷을 발굴했다.

1982년부터 발굴 조사를 시작한 부여 관북리 유적은 대형 전각 건물지와 연못지 등 왕궁과 관련한 중요 유구를 확인했고, 이달 21일부터 16차 발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조사에서는 백제 사비기의 건물지 3개 동이 남북 방향으로 길게 확인했다.

궁과 사찰에서 주로 사용하는 중심 건물 주변을 둘러싸도록 기다랗게 만든 이른바 장랑식(長廊式) 건물로 위치와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왕궁 내 조당 공간의 일부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 장랑식 1호 건물지의 유물 폐기층과 30m 범위 내 6개의 수혈 유구에서 칠피 갑옷을 출토했다.

처음에는 매우 얇은 조각 일부만 노출돼 갑옷으로 단정할 수 없었지만, 발굴 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유물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면서 겹겹이 쌓인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의 미늘과 각각의 미늘을 연결했던 원형의 구멍을 확인했다.

이후 출토 조각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옻을 칠한 갑옷임을 알 수 있었다.

출토된 모두 6점의 칠피 갑옷 가운데 2호 수혈 유구에서 확인한 갑옷이 비교적 잔존 상태가 양호하다.

전체 크기는 잔존 폭이 18.2cm, 잔존 너비 49.2cm고, 개별 미늘의 길이는 7.5~7.8cm, 너비 4.2~4.4cm다. 미늘을 연결하기 위한 원형의 구멍은 0.2~0.3cm다.

2호 수혈 유구 주변의 기와 폐기층에서는 말 안장 부속품 가운데 발 받침대인 등자가 출토됐고, 3호 수혈 유구에서는 말의 아래턱 뼈로 추정되는 동물 유체를 확인했다.

이런 주변 출토 유물 상황과 갑옷의 형태를 고려할 때 2호 수혈 유구에서 출토된 갑옷은 말갑옷(馬甲)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백제 시대 문화층에서 칠피 갑옷을 출토한 사례는 2011년 공주 공산성 이래로 부여 관북리 유적이 두 번째다.

또 관북리 유적과 공주 공산성 칠피 갑옷 모두 발견 당시 주변에 폐기된 다량의 유물과 불에 탄 목탄을 함께 출토했는데 이 것은 백제 멸망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사회 상황의 일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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