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쓰이는 표현 중 ‘핫하다’라는 말이 있다. ‘핫하다’라는 표현은 ‘뜨겁다’, ‘맵다’라는 의미의 영어 ‘hot’에 우리말 ‘~하다’를 붙여 쓴 말이다. 흔히 ‘매력이 넘친다’ 혹은 ‘인기가 많다’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스마트하다’가 ‘똑똑하다’라는 표현으로 쓰이는 것처럼 인기 있는 것을 가리켜 요즘 이곳이 ‘핫하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한다. 
 최근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이 아주 핫하다. 강의 개설 수요와 함께 시험 응시생 수도 상당히 많다. 게다가 자격에 임하는 교육생의 열정까지도 핫하다. 

한국소방안전원 안민서
한국소방안전원 안민서

 20대부터 심지어 환갑의 나이에 40년 만에 펜을 들어본다고 말하는 교육생을 보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소방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커지는 것에 감사함과 뿌듯한 마음이 느껴지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느껴진다.

 소방안전관리자는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 화재예방법)상 화재예방과 소방시설의 유지 관리를 담당하며,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대응과 피난 유도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업무는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방안전관리자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즉 관리자로서의 높은 책임감과 직업적 소명의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관리자들도 간혹 접하곤 한다. 설비의 잦은 오동작을 이유로 기능을 정지시켜 놓는 상황이라든지, 변경되고 강화되는 법령에 대한 사항들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현재 선임된 대상물에 어떤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해당 설비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의 소방안전관리자가 숙지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 또한 모르는 관계자들도 있다. 

 최근 부산의 모 아파트의 소방안전관리자는 화재감지기의 잦은 오동작으로 인한 민원으로 경보설비의 음향을 수시로 꺼놓은 상태로 유지 관리를 한 탓에 경보설비의 음향장치가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아 화재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인재(人災)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점검업체 관계자들은 설비의 작동방법이나 해당 설비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소방안전관리자들도 적지 않게 접한다고 한다. 

 그러나 소방안전관리자가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노력이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례로 9.11 테러 당시 세계 무역센터 모건 스탠리의 보안 책임자로 근무하던 릭 래스콜라의 대응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테러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 3개월마다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여 2,700여 명에 가까운 직원들의 목숨을 지켜 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안전관리는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방안전관리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2018년 신촌세브란스병원 화재사건에서는 소방안전관리자 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병원 직원들까지 모두가 환자와 보호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 노력했다. 이들은 평소 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해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고, 관련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두는 등의 준비를 해둔 덕분에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런 성숙한 안전 의식 덕분에,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을 잘 대처해냈다. 이는 안전사고 대처가 소방안전관리자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우리 주변에는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하는 소방안전관리자도 상당히 많다. 소방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순간에도 그들의 성실한 노력 덕분에 우리 사회는 보다 더 안전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더욱 더 소방안전관리자의 중요성을 널리 인식하면서 소방안전관리자의 사회적 인식과 처우가 지금보다 더 개선되어 지기를 소망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소방안전관리자가 스스로 높은 직업윤리의식을 가지고 화재예방법상 규정된 업무 사항들을 수시로 점검, 준수하고 소방안전관리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함으로서 소방안전관리자라는 직업이 존재하게 된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 자신이 맡은 역할과 임무에 대해 깊은 신념과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태도 즉, ‘소명의식’을 갖추고 소방안전관리자 스스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감을 통해 더 안전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여 주시기를 소망한다.

 지난 55회 소방의날 기념식에서 “소방관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선 국민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국가의 손”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자위소방대를 이끌며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조하는 구조대이자, 사람들의 안전한 피난을 돕는 안내자로서 역할을 한다. 사실상 소방공무원보다도 먼저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진정한 첫 번째 손일지도 모른다. 

 나의 가장 소중한사람을 떠올려보자. 위기에 빠진 그들의 모습을 보고 팔짱낀 채 수수방관 할 것인지 두팔 걷고 나서 구해낼것인지 그건 스스로의 손에 맡겨져 있다. 나는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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