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자체 국보 지정 요청 따라…경관적 아름다움 크고 학술적 가치 높아

[시티저널=허송빈 기자] 문화재청이 국가 지정 문화 유산 보물인 2건의 대형 누각(樓閣) 삼척 죽서루와 밀양 영남루를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해 지방 자치 단체의 삼척 죽서루와 밀양 영남루의 국보 지정 요청에 따라 관계 전문가의 지정 조사와 문화재 위원회 검토를 거쳐 이번에 국보 지정 예고를 실시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척 죽서루는 고려 명종(1171∼1197)대에 활동한 김극기(金克己, 1148∼1209)가 죽서루의 풍경을 시로 썼던 것으로 미뤄 볼 때 적어도 12세기에는 창건했다.

안축(安軸, 1282~1348)과 정추(鄭樞, 1333~1382) 등의 시를 살펴 보면, 처음에는 '서루(西樓)'로 불리다가 14세기 후반에 들어서 '죽서루(竹西樓)'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수온(金守溫, 1410∼1481)의 죽서루단청기(竹西樓丹靑記, 1472), 허목(許穆, 1595∼1682)의 죽서루기(竹西樓記, 1662) 등에서 '1403년 부사 김효손(金孝孫, 1373∼1429)이 옛터에 새로 창건했다'는 기록을 비롯해 고려 시대에 창건했다가 조선 전기에 재건한 이후 여러 차례 보수·증축한 기록이 잘 남아있고, 조선 후기 증축한 이후의 모습이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다.

1403년 정면 5칸과 측면 2칸 규모로 중창한 누정이었지만, 1530년 남쪽 한 칸을 증축했고, 1788년 북쪽 한 칸을 증축하면서 현재와 같은 팔작 지붕 형태가 됐다.

이처럼 조선 초기 중앙 5칸과 조선 중기 이후 확장한 좌·우측 1칸은 기둥 배열, 가구의 짜임, 천장과 바닥면의 처리, 공포와 세부 의장 등에서 각 시기별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죽서루의 절경을 표현한 정철의 관동별곡(關東別曲),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을 비롯해 김홍도(金弘道, 1745∼?), 강세황(姜世晃, 1713∼1791) 등 고려부터 조선 시대까지 시인, 묵객 등 다양한 계층이 죽서루를 소재로 수많은 시문, 가사와 그림 등을 남겼다.

이와 함께 주변 하천인 오십천(五十川)과 어우러지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밀양 영남루는 통일 신라 때 세운 영남사(嶺南寺)라는 절에 있던 금벽루(金璧樓) 혹은 소루(小樓), 죽루(竹樓)라 불리는 작은 누각에서 시작됐다.

이후 고려 때 절은 폐사하고 누각만 남아 있던 것을 공민왕 14년인 1365년 밀양군수 김주(金湊, 1339∼1404)가 중창하고 영남루(嶺南樓)라고 칭한 것이 관영 누각으로서의 시작이다.

조선 초에 밀양부사 안질(安質, ?∼1447)이 영남루를 중창하면서 영남루 서쪽 주변에 소루(小樓)를 건축했고, 1442년 경상도사 권기(權技, ?∼?)가 소루(召樓)로 명명했다.

이후 부사 이충걸(李忠傑, 1465∼1527)이 임경당(臨鏡堂, 현 침류각)으로 개명했다.

연산군 때는 밀양부사 김영추(金永錘)가 임경당 반대쪽인 영남루 동북쪽에 망호당(望湖堂, 현 능파각)을 지으면서 빈객 숙소로 이용했다.

임진왜란 때 객사와 함께 모든 부속 시설을 소실했지만, 1844년 이인재(李寅在)가 밀양부사로 재임할 당시 대루를 확장하면서 많은 부속 건물을 지었고, 관원과 지방 빈객을 접대하는 객사로 사용했다.

경사지를 이용해 건물을 적절히 배치한 영남루는 건물 자체의 조형미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모습은 다른 누정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빼어난 경관을 감상하면서 명사들이 수많은 시문을 남겨 조선 선조 때 영남루에 걸린 시판이 약 300개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12개의 시판이 남아 있다.

이들 대형 누각은 강원과 영남 지역의 대표적인 누각으로 건축적인 가치 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경관적인 아름다움도 크며, 역사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방문해 시문(詩文)을 남기는 등 학술적 가치도 높아 국보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문화재청은 이들 대형 누각 2건을 30일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 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국보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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