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어두운 단면 권력자 객기서 시작…대선 승리 자만 국민의힘 합리적 판단 막아

허송빈 취재 부장
허송빈 취재 부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 최고 비호감으로 등극했다. 명분도 이득도 없는 전쟁을 일으킨 결과다.

푸틴의 침공 결정으로 포화에 휩싸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 역시 씻어내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푸틴이 최근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석유와 가스 산업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토로했다고 알려진 것이 비근한 사례다.

모두 푸틴의 만용과 객기가 빚어낸 참사다.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 집단적 광기로 이어지고, 결국 모두를 '공멸'의 길로 이끈 셈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권력자의 객기가 참사를 빚어낸 사례는 빈번하다. 연산군의 폭정, 유신 헌법 제정 등 '역사의 어두운 단면'은 모두 권력자의 객기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객기가 빚어낸 참사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 선거 후보 공천에서 보인 '폭력적' 권력 남용은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힘 공천 관리 위원회는 6·1 지방 선거 후보 공천을 진행하며, '동일 선거구 3회 낙선자 공천 배제'라는 규정을 만들어 냈다.

당헌·당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규정은 공관위가 뜬금없이 만들어낸 카드다.

문제는 이 규정이 내포하고 있는 악의적 부작용이다.

다수에 보편적으로 통용할 수 없어 '공천 룰'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 규정을 악법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다.

또 각 지역이 갖고있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 규정이 폐기돼야 하는 당위성을 대변한다.

일례로 대전의 사례만 봐도 이 규정이 폐기돼야 하는 이유는 극명하다.

대전은 민선 지방 자치제 출범 후 모두 7차례의 선거에서 2006년을 제외하고는 그 전신을 포함 국민의힘이 사실상 전패를 한 곳으로 꼽힌다.

2002년 선거에서 염홍철 전 시장이 한나라당 간판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임기 도중 탈당했고, 이후 지역 정당과 민주당에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지역 정서로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리한 경우는 박성효 전 시장이 출마해 기초 단체장까지 싹슬이 했던 2006년이 유일하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대전이 '험지(險地)'일 수 밖에 없다.

7번의 선거에서 단 한 차례 그것도 한 사람의 '힘'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지역이 험지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가 험지라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특히 최근의 선거를 반추하면 대전은 국민의힘에게 험지가 아니라 맹지(盲地)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길이 없어 국민의힘으로서는 들어갈 방법이 없는(선거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는) 곳이 대전이란 뜻이다.

실제 직전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 가장 가까운 선거인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전패했다.

그나마 국민의힘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동구, 중구, 대덕구 등 원도심 벨트에서조차 고배를 마셨다.

이 같은 결과는 민주당이 개헌 저지선인 180석 가까이를 확보하는 결과를 낳는데 큰 역할을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민의힘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후보를 경선에서 배제했다.

'동일 선거구 3회 낙선자 공천 배제'라는 뜬금없는 악법을 만들어 자행한 폭력이다.

최근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자만감이 국민의힘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마비시키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의 만용, 아니 만용을 넘어선 객기로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이다.

앞서 언급했듯 만용이나 객기는 많은 문제를 낳는다. 소수 권력자의 '폭압적 광기'로 절대 다수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합리적 이성을 지난 권력자의 '힘'뿐이다.

앞선 대선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제갈량과 같은 금낭묘계(錦囊妙計)로 대선을 이끌었다.

이 시점에서 또 필요한 것은 이 대표의 능력이다.

제갈량의 읍참마속(泣斬馬謖) 고사처럼, 눈물을 머금더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그길 만이 국민의힘이 살고 대전이 사는 길이다.

모든 것은 이 대표가 현명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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