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산성 활용 현실 고민해야…현재 가치 더한 활용 방안 필요

▲ 대전시 기념물 제10호 보문산성은 보문산 정상 부분의 산세를 이용해 쌓은 성으로 둘레는 300m에 이른다. 이 성은 백제 말 신라와의 전투가 치열하던 때에 만들어진 것으로 인근 산성들과 쉽게 연락을 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3. 복원 그 이후는?

이제 와서 그동안의 복원을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문화 유산을 담당하는 행정 기관이 관련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했고, 여론 역시 크게 이의가 없었던 만큼 별 다른 문제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산성의 복원에는 많은 비용과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산성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산속에, 그것도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무거운 자재의 운반에서부터 쉬운 것이 없는 사업이 산성의 복원이다.

따라서 한번 사업을 시작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문화 유산을 두고 굳이 경제성을 논하는 무지를 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서 복원한 산성이 등산객의 쉼터나 전망대 정도로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문화 유산에 부여하는 첫 번째 원칙은 '원형유지(原型維持)'다.

원형을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논의의 여지없이 문화 유산에서 중요한 사항이며, 산성의 복원이 갖는 주된 의미는 바로 원형 유지 즉 '보존적 가치' 확보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지금의 세대는 무조건 양보만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했다고 한다면, 현 세대도 충분히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보존적 가치에 덧붙여 '현재적 가치'도 갖는 문화 유산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적 가치를 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적극적인 활용이다.

물론 성벽 그 자체를 감상하거나 성벽 위에서 주변 조망을 바라보는 것도 활용의 한 사례일 수 있지만, 그 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산성은 다른 문화 유산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자연 속에 위치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목조 건축물이나 동산(動産) 문화재류와는 달리 규모가 크고, 비교적 내구성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점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문화 유산에 부여돼 있는 지나친 엄숙성을 살짝 걷어낸다면 무한한 활용 가능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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