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경제 전형 지적 받아…유착 논란에 공개 입찰로 대행사 선정

▲ 지난 해 7월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대전 지역 첫 지역 화폐 대덕 e로움의 발행을 밝히고 있다. 대덕 e로움은 대전시가 지역 화폐 발행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사장될 운명에 놓였다.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대전시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인센티브만 125억원이 들어가는 2500억원 규모의 지역 화폐를 발행한다.

15일 시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매출을 늘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7월 중 2500억원 규모의 대전시 지역 화폐(이하 지역 화폐)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역 화폐는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1명 당 구매 한도는 월 50만원, 연간 500만원이다. 상시 사용 금액의 5%와 명절 등 특별 판매 기간에는 최대 10%의 인센티브인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지역 화폐는 관치 경제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시장의 논리와 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특정 계층을 위해 시장을 왜곡한다는 분석에 따르고 있다.

시에 따르면 2500억원 규모의 지역 화폐 판매를 위해 들어가는 인센티브만 5%로 125억원이다. 이 가운데 100억원은 국비, 25억원은 시비로 충당한다.

지역 화폐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예산 125억원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정작 지역 화폐 발행의 수혜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지역 화폐 사용자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인센티브는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서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인센티브 중단 때도 지금처럼 지역 화폐가 각광을 받을 수 있냐는데 있다.

기존 대덕구 지역 화폐인 대덕 e로움을 사용하는 시민 A 씨는 "지금까지 5만원씩 두 번 충전했지만, 사용이 번거롭기도 해 아직까지 다 사용하지 못했다"며 "캐시백을 해주지 않는다면 굳이 지역 화폐를 구매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캐시백이 지역 화폐의 미끼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화폐 캐시백이 상대적으로 더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풀이도 나온다.

캐시백 2만 5000원을 받기 위해서는 월간 구매 한도인 50만원까지 지역 화폐를 구매해야 한다. 지역 화폐를 연간 500만원 구매해야 25만원의 캐시백을 받는다.

지역 축제와 명절 등 특별 판매 기간에 늘어나는 캐시백 액수를 감안하면 이 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더 많은 캐시백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지역 화폐를 구매해야 해 지역 화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대전 지역 첫 지역 화폐인 대덕 e로움은 시의 지역 화폐 발행 계획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장될 것으로 점쳐진다.

시 관계자는 "대덕 e로움의 성과는 인정한다. 대덕 e로움과 대전시 지역 화폐가 결국은 통합할 것으로 보고 대덕구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역 화폐 발행을 앞두고 시와 특정 단체의 유착 논란에 대전시 유세종 일자리경제국장은 "지역 화폐 발행 사업의 운영 대행사는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다"라고 잡음 차단에 나섰다.

대전시 지역 화폐의 명칭과 운영 대행사는 시가 세부 운영 계획을 마련한 후 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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