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상인 등 노숙시위 100일 넘도록 무소득... 지역 국회의원 외면 상실감 키워

▲ 입동을 하루 앞 둔 7일 밤 대전 유성구청 정문 앞에서 유성 5일장 상인들이 옷깃을 파고드는 찬 바람을 맞으며 재개발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피켓시위 진행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 시티저널 성희제 기자 ] 겨울의 첫 관문인 입동을 하루 앞 둔 7일 밤 대전 유성구청. 땅거미가 깔린 구청 정문 앞에서 남성 2명이 손 카드를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인 유성 5일장 재개발 사업 반대를 촉구하는 시민들이다.

시민의 손 카드에는 ▲유성5일장 전통시장 보존은 대전시장과 유성구청장의 책무 ▲구청장은 유성5일장을 파괴하는 장대B구역 재개발을 거부하라 ▲유성장 파괴하는 장대B구역 재개발 결사 반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민들은 손 카드를 든 1인 시위 후 또 다른 시민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유성 5일장 재개발 추진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처음 나선 것은 지난 6월 11일. 거리로 나선 지 100여 일이 훌쩍 지났지만 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따금 정용래 구청장이 찾아와 대화를 나눈 것이 성과라면, 거리에서 거둔 성과의 전부다. 초여름에 시작한 일이 가을을 넘겨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의 초입까지 올 동안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친 셈이다.

시민들의 거리에서 외친 요구는 극명하고 단순했다. 구청이 구민들의 편에 서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할 때 구청은 (유성5일장 재개발을) 하면 이득 아닌가요. 구청은 주민들이 죽거나 살거나 개발하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세수 들어오고 하니까. 그런데 구청은 주민들 편에 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상인들은 유성 5일장 재개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수십년 삶의 터전을 ‘개발 광풍’에 밀려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을 거리로 내몰게 됐다는 것. “수십년 살던 곳인데 거기를 내줘야 한다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지요.”

유성5일장 재개발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춥게 만드는 것은 사회의 외면이다. 이따금 정용래 구청장이 찾아 왔을 뿐, 지역 국회의원은 얼굴 한번 비추지 않았다고 했다. 정 청장과 이 지역 조승래 의원이 같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에서 '한지붕 두가족'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청장은 자주 와서 얘기를 해요. 그런데 지역 국회의원 조승래는 얼굴도 몰라요. 누가 국회의원 인지 몰라요. 한번도 온 적이 없었어요.”

입동을 거쳐 한겨울로 치닫는 요즘. 찬바람으로 노년에 접어든 시민의 건강이 염려되는 이 시간에도 유성 5일장 상인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겨울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을 맞아 흔들릴지언정 꺼지지 않는 촛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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