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대 노인들 구청서 반발 시위... "죽어야 대통령도 알지 않겠냐" 하소연

대전 유성구청장실 앞 로비에서 숙식하며 유성시장 재개발 조합설립 인가 취소를 촉구하는 주민들 모습.

[ 시티저널 성희제 기자 ] “여기서 죽어야 문재인 대통령도 알지 않겠냐.” 지난 13일 오후 5시 대전 유성구청장실 앞 로비. 머리가 하얗게 센 60-70대 할머니들이 돗자리를 펴고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유성시장 인근 상인들.

이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구청장실 로비에서 시위를 시작한 것은 지난 11일 오전 8시. 유성구청에서 최근 장대B지구 재개발사업 조합설립 인가 취소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노인들은 11일부터 이날까지 유성구청장실 앞 로비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살고 있다. 구청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모습에 건강이 걱정돼 묻자, 한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다. 너무 억울하다. 40-50년을 그곳에서 살았는데 내쫓다니. 건강? 당장 죽고 사냐가 문제다. 내 땅 빼앗기면 어디서 사냐.”

유성 5일장에서 생계를 이어오던 노인들이 유성구청장실 앞에 자리를 펴고 숙식을 해결하게 된 이유는 아파트 건설 추진 때문이다. 유성구가 유성시장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한 조합 설립 인가를 승인,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유성구청에서 노숙을 하게 됐다는 것.

노인들의 요구 사항은 단순했다.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유성구청에서 자신들 삶의 터전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기 위한 조합설립을 승인하며 단 한번도 주민의 의견을 묻지 않은 유성구에 서운함과 불신을 드러냈다.

“구청에서 조합설립을 45일간 검토하니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늙은이들에겐 설문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유성구청이) 그쪽 편만 들었다. 유성구는 예전에도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또 이러고 있다.”

노인들의 노숙을 막기 위해 구청에서 손을 놓은건만은 아니었다. 정용래 청장이 나서 사과도 하고 했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오늘 아침 유성구청장이 찾아와 무릎 꿇으면서 잘못했다 말했다. 그런데 잘못은 했는데, 인가를 이미 해줘서 취소는 못 한다 하더라. 우리보고 어떡하라는 것이냐. 말로는 잘못했다 해놓고 못한다면 어떡하나.”

한편 유성구는 노인들이 시위를 시작한 11일 장대 B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4월에 신청한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승인했다. 사업 대상지 토지 소유자 549명 중 77%인 423명이 사업 추진에 동의하고, 토지면적 72.2%의 동의를 득했다는 것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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