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정 고려않고 베껴온 조례가 대부분…공부하는 의회상 무색

[ 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충남도의회가 공부하는 의회상을 표방했지만 조례 제정 과정에서 창의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제11대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47건의 제정안을 비롯 66건의 조례안을 공포하거나 입법예고 했다. 이 기간동안 충남도의회가 제정한 조례 가운데 충남도의 현실을 반영한 조례 제정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정된 조례의 대부분이 타 지역에서 이미 시행중인 조례를 그대로 베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도의원들이 지역 상황에 맞는 조례 제정보다는 발의 건수를 염두에 둔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해외 연수를 골자로 한 ‘충청남도 의회 의원 외교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서울시의회 조례를 베꼈다가 의원 연맹 인원수에 문제가 있어 입법예고 과정에서 철회되기도 했다. 더욱이 조례안 발의 과정에서 발의자가 의안 내용을 파악조차 하지 않고 공동발의자로 서명하는가 하면 심지어 대표발의자도 조례 내용을 모른 채 의안 발의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의안 발의 사실도 파악치 않고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거나 본인의 동의도 없이 발의자로 발표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의안들은 기초단체의 조례를 거의 베낀 수준으로 공부하는 의원상과는 거리가 멀다. 또 상위법과 배치 논란이 있는 입법정책 연구용역 운영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서울시의회가 한차례 소송까지 진행해 패소했던 조례를 변형시켜 제정한 것을 충남도의회가 법조항 순서만 달리하며 제정했다.

오는 3월 임시회에서 다룰 예정인 일자리 창출에 관한 조례안은 경기도 고양시가 2016년 10월에 공표한 조례이고 지역화폐의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은 지난해 10월 경기도에서 본회의를 통과한 내용이다. 또 가축전염병 예방 및 피해 축산농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강원도가 2016년 4월에 제정한 이후 경남, 강원, 전남, 경북, 경기도에서 시행중인 것으로 경기도 조례와 흡사하다.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경기도 성남시가 제정한 조례를 모방한 것으로 입법예고는 되어 있으나 발의자가 1명으로 입법예고 요건을 갖추지도 못했다. 김기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촌 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경기도가 2015년, 전남도가 2017년에 제정한 것으로 발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채 입법예고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33명 가운데 27명이 발의자로 나선 5.18 민주화 운동 교육 활성화 조례안은 광주시가 2013년 7월, 전남도가 2017년 9월에 각각 제정한 조례를 동일하게 차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홍재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투자사업 관리에 관한 조례안은 부산시의회가 2016년 제정한 조례와 유사하다. 오인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은 2016년 서울에서 최초로 조례를 만든 이후 인천, 경기, 광주, 경북, 전남, 부산 등에서 조례를 제정했고 천안시와 아산시도 이 조례를 2017년에 각각 적용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정치인은 “타 지역의 조례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지역마다 각기 다른 상황인 점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하게 조례를 베껴온다면 결국 사문화되거나 조례를 위한 조례로 전락하게 된다” 며 “의원들이 지역 상황을 감안해 조례를 만들어야지 지역 상황과 동 떨어진 조례를 제정하게 된다면 의회 무용론의 단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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