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⑦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다.연탄은 난방과 취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소중한 존재로 우리나라에서 석탄을 최초로 사용한 때는 명확하지 않지만 19세기 말쯤으로 추정된다.1896년 서울에서 석탄을 판매했다는 기록이 있다. 1960년대에 들어서 도시 가정은 거의 다 연탄을 연료로 사용했고 집집이 굴뚝이 있었다.당시에는 아파트에도 연탄아궁이가 있었다. 겨울철에 연탄불을 꺼뜨리면 큰일이었다. 불을 꺼뜨리지 않으려면 연탄이 다 타고 화력이 약해질 때를 짐작해 갈아 주어야 하는데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한밤중에도 잠을 설쳐가며 연탄불을 돌봐야 했다. 연탄 갈기도 쉽지
[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⑥ ] 세계의 명문가는 어떤 교육을 하기에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하는 것일까? 세계적인 명문가들은 항상 책의 향기가 묻어나는 집안 분위기를 갖고 있다.이들 가문이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고, 또 그 명성을 수백 년 동안 유지해 온 비결은 개성 있는 독서교육법에 있다. 독서를 통해 아이의 꿈에 한층 더 근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정치가나 리더를 꿈꾸는 자녀에게 적합한 처칠 가, 토론과 연설의 달인으로 키우는 케네디 가, 자녀를 큰 부자로 만드는 버핏 가 등 저마다 다른 독서법이 있지만,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집안에 서재나 작은 도서관을 갖춰 자녀에게 독서 습관을 들이게 하고, 고전을 필독서로 읽게 했다. 독서를 하고 난 후에 토론을 시키고, 이에 따른 글쓰기도 병행하
[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⑤ ] 지금도 수학여행은 늘 설렘을 주는 중요한 학교 행사다. 어린 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에 얽힌 재미있는 기억을 다들 하나쯤을 품고 있다. 그러나 수학여행에 대한 논란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꿈을 안고 떠나는 수학여행은 목적지에 도달하면 산산조각 깨지고 만다. 잠자리는 칼잠을 자야 하고 식사는 차마 먹지도 못할 만큼 부실한 상차림에다가 심심치 않게 집단 식중독 사고도 잦다.전국적으로 수학여행을 둘러싼 업체 내정설, 뒷거래나 금품수수 의혹 등의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수학여행 그 자체로 수학여행이냐, 수학관광이냐 하는 시선이 수학여행의 참 의미를 상실하게 만든다.지금의 수학여행은 대부분 대중관광의 틀에 휩싸여
[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④ ] 1895년 10월 8일 새벽 5시. 경복궁 광화문에서 어둠의 정적을 깨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작전명 '여우 사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조선공사 미우라와 일본 낭인 자객 48명은 총성과 함께 일제히 황후의 거처인 건청궁에 난입했다.이어 궁녀들의 비명이 들리고 끔찍한 살육이 시작됐다. 일 년 전 1894년 11월, 동학 농민군을 토벌한 바로 그 일제의 칼날이었다. 명성황후는 잔인하게 시해된 후, 불에 태워 버려졌다.그렇게 명성황후는 개화기 격변의 시대에 중심에 있다가 비통하게 숨을 거두었다.조선말 세도 정치로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시기. 웅크려 있던 용처럼 근근이 연명하던 흥선군은 둘째 아들 고종이 왕위에 오르게 되자, 왕의 처가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원천
[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③ ]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융합은 정보통신과 나노기술, 로봇과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과 공학을 넘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라는 상반된 두 문화 간의 틈새를 없애는 돌파구로 재차 강조되고 있다.생물학과 건축학이 만나면 아프리카 대륙의 한가운데 에어컨이 없는 빌딩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시사하듯, 오늘날 융합은 아주 새로운 지식 혹은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융합은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는 문화적 여건이 제대로 갖춰져야 꽃을 피울 수 있다.이탈리아는 로마제국 때부터 다양한 문명의 영향을 받아 풍요로운 문화를 꽃피었다. 문화혁명인 르네상스가 시작된 곳 역시 이탈리아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
[ 한숭동의 세상 돋보기 ② ] 다문화가정에 대해 이보다 더 감동적인 홍보 수단이 있을까. 영화 '완득이' 말이다.가난하고 어려운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 완득이는 자신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던 엄마의 피부색이 다르다는 사실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을 사춘기 소년이 몇이나 될까.하지만 완득이는 피부색보다는,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더욱 고맙고 소중했다. 그래서 자신을 생각하고 찾아 준 엄마와 장애를 가진 아빠 사이에서 가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완득이 엄마로 출연한 이자스민은 지금 국회의원이 됐다.'완득이'보다 한해 앞서 개봉한 '방가?방가!' 역시 우리 사회 속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 한숭동의 세상돋보기 ① ] 지난 2일과 3일 연이틀 계속 시인을 만났다. 충청, 금강을 대표하는 나태주 시인과 섬진강을 대표하는 김용택 시인. 두 분은 평생을 초등학교 교단에 있으면서 자연의 언어를 보듬는 시인이기도 하다.전원 속의 시인이자 교사로 닮은꼴처럼 살아온 셈이다.# 풀꽃 같은 시인, 나태주나태주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느끼고 부대끼며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와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를 남긴 충남 부여출신 고 신동엽시인 이후 '금강시인'을 대표하는 중견이다.지난 2일, 장마의 한 복판에서 시인을 만나러 공주에 갔다. 시인은 삼베적삼 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방문객을 맞았다. 인정 많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푸근함이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그의 시를 읽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