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지 오래된 외할머니 생각에 잠시 젖어 ...

어느날 시내를 가기위해 문화초 앞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아주 고즈넉한 텃밭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내 딴생각에 빠져들었다.

 

일부러 구경하라고 낮아진 담장 넘어로 식물원을 방물케 하는 어느 동네 할머니의 텃밭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접하는 야채들, 거의 모든 종류를 손수 가꾸고 계셨다.

텃밭1

  자그마 하신 키에 세월의 흔적이 역역히 보이는 구부러진 허리를 보니 나도 모르게 울컥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르신의 뒷모습은 연신 외할머니의 뒷모습이었다.

 

과거 경기도 평택군 도일리에 살고계셨던 외할머니도 일꾼들을 마다 하시고 집뒤에 있는 텃밭을 손수 가꾸다시피 하셨는데 그 텃밭은 자랑이기도 하지만 거의 외손자인 필자를 위한 밭이기도 하였다. 부모를 위하는 정성이 지극하셨던 선친의 효(孝)로 인하여 손자인 필자가 그 덕을 보았던 것이다. 결국 외가집을 찾으면 외할머니께서는 그간 정성스레 키우신 텃밭의 여러가지 야채들을 직접 밥상위에 차리셨다. 약을 치며 팔기 위해 밭에서 경작되는 야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때깔의 야채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듯 차분하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믿거름이 되어준 것이 바로 외할머니의 텃밭에서 정성스레 길러진 야채들의 푸르름이 아닌가 싶다. 텃밭일조차 하실 수 없는 연세가 되어서는 대전에서 같이 살았으나 돌아실 때 목장으로 가셔서 외할머니가 좋아 하시던 그 자연에서 조용히 소천하셨다. 마지막을 지키지는 못하였지만 눈을 감으실 때까지 나의 이름을 부르시던 외할머니의 그 텃밭은 이제 내 삶

  아련한 추억속에 잠시 눈물 젖어 있었고 타야할 버스들이 그냥 지나쳐 버리고 있음을 늦게야 알고 목적지로 향하였다. 차창 밖으로는 계속 외할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렸고 잠시나마 외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신 동네 어르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빌딩 숲, 무한경쟁의 사회 속에서 우리내 부모들이 우리를 위하여 가꾸고 계신 텃밭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또 느꼈으면 좋겠고, 그들을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살며시 버스에 놓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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