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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에서 효(孝)를 빼면 뭐가 남나
2017년 08월 28일  00:41:56 이명우 기자 mwoo0902@naver.com

   
 
[ 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 프랑스의 젊은 대통령 마크롱(39)은 프랑스 의회 의원을 900명 선에서 600명 수준으로 3분의1을 줄이는 정치개혁을 추진 중이다. 그는 의원이 많다 보니 쓸데 없는 법들만 많아진다면서 의회는 입법활동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국회도 프랑스보다 못하지 않다. 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단골메뉴인 의원 정원 감축은 선거후엔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일하는 것보다 차라리 노는게 생산적인 기관이라는 말을 듣는 국회가 또 다시 노는 것만 못한 법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다른 13명의 의원들과 함께 대표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인성교육에서 효를 제외하자는 주장이다. 인성교육의 기본이 밥상머리 교육이며 이는 효가 근본이 된다는 사실은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상식이다. 그런데 인성교육진흥법에서 효를 빼려 한다면 애당초 인성교육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런 법을 만들려고 시간과 노력을 들일 바엔 차라리 노는 게 낫겠다.

이 법은 2015년 7월 공포되어 시행된 지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법은 인성교육의 핵심적 ‘가치와 덕목’으로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 교육적으로 거룩한 여덟 가지 지표를 열거하고 있다.

개정안은 8개항의 가치 가운데 유독 ‘효’만 빼고 ‘정의와 참여, 생명존중과 평화’를 추가했다. 이것이 유림 등에서 ‘패륜 입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는 주된 이유다. 박 의원은 “핵심가치와 덕목이 지나치게 전통적 가치를 우선하고 있어 효를 뺐다”며 “효가 예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지 중요하지 않아서 뺀 것은 아니다”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의원은 효는 물론이거니와 예도 모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회에서 당초 만들었던 법 정신을 ‘전통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이유로 삭제한다는 것이 무슨 망말인가. 생명존중이나 참여는 전통적 가치가 아니라 갑자기 땅에서 솟아 오른 것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박의원은 또 촛불혁명에서 나타난 시민정신을 반영했다고 밝혔는데 그것이 ‘정의와 참여’가 새로운 가치로 추가된 배경일 것이다. 최신 트렌드인 촛불혁명 정신은 문재인 정부 들어 거의 모든 정책 추진의 명분이 되고 있다.

사드 반대에서부터 탈원전, 전교조 합법화, 최저임금 인상, 통진당 이석기 석방, 부자 증세에 이르는 일련의 정책제안을 하는 세력들은 저마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촛불혁명의 완성이 전통적 가치의 훼손은 아닐진데 박의원을 비롯한 14명의 의원들의 머릿속은 무엇으로 구성됐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고다.

과거의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오늘날 수직적인 사회에서 수평적인 사회로의 이행을 명분으로 삼지만 ‘효’라는 개념은 반드시 수직적인 개념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효는 충(忠)과 합쳐져 충효사상으로 존속돼 왔지만 충이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수직으로 규정한 것이라면, 효는 부모 간, 가족 간에 수직과 수평이 얽혀있는 쌍방향적인 관계다. 그것이 현행법 제정 때 인성의 덕목 중에서 충이 배제된 반면 효가 들어간 배경이라 생각한다.

이미 2500년전 공자가 백행(百行)의 근원이라 했으며 인륜의 기준으로 삼아 왔는데 이제 효를 뺀 인성에서 무엇이 남는지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사실 인성교육을 법으로 규정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의구심이 간다. 오죽하면 법을 만들어 강제해야 할 만큼 우리의 도덕이 땅에 떨어졌나를 보여주는 척도 같아서 씁쓸하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성파괴 현상이 심각하다는 현실을 웅변하는 것 같아서 서글프다. 그렇다고 법으로 강제한다고 인성이 살아난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전통가치의 급속한 붕괴로 온갖 사회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효 하나만이라도 건재하다면 극복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언젠가 효의 경제학을 논한바 있다. 국가 재정을 마치 자신들의 금고인 냥 알고 사시는 분들에게 제대로 된 효가 있다면 얼마의 복지비용이 줄어드는지를 묻고 싶다. 노인 복지의 상당부분은 효가 살아난다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다보니 그랬는지는 몰라도 ‘효’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 부분 역시 위정자들의 몫이 아니라고 부인하기 어렵다. 인성이란 본시 인간성 회복이 선결과제다. 무엇이 먼저인지 앞 뒤 분간도 못하고 다만 전통적 가치라는 점만 가지고 효를 밀어낸다면 박 의원과 동료들이 합창하듯 하는 인권은 또 어디에서 찾아 올 것인가.

아이러니하게 인성교육은 목표와는 달리 교육현장에서조차 외면을 당하고 있다. 법을 좋아하는 일부 교사들은 법의 의무규정으로 인해 교사들의 업무가 늘었다고 불평하며, 인성교육을 외부에 위탁하라고 성화였다.

그러자 전문 인력 양성과 관련해선 잡음도 많았다. 교사들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스스로 교육자를 포기하고 노동자로 전락해 가는 이들에게 더 무슨 말을 할까.

언제 우리의 스승들이 가르칠 것이 많아서 제자에게 배움을 전하는 것을 게을리 했던가.

국회가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것은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하지 공론(空論)의 소재만 제공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국회가 현 단계에서 해야 할 일 중에서 시급한 것은 인성교육을 올바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고상하고 거창한 법을 만들어 놓고 1년 예산은 6억5000만원으로 한 학교당 교육비가 3000원에 불과한 것이 인성교육진흥법이다.

최근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한 인권조례와 더불어 인성교육진흥법 개정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보여준다. 효는 곧 ‘인간성 존중’의 결정체라는 점을 다시 상기 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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