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소요 년수 미흡에 인사 미뤄…인사 반토막 역효과 불렀다 지적

[ 시티저널 허송빈 기자 ] 대전시의 올 하반기 정기 인사가 건국 신화에 버금가는 서사가 됐다는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고조선의 건국 신화가 기록돼 있는 삼국유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 곰과 호랑이에게 환웅은 쑥 한 다발과 마늘 20개를 주고 100일동안 이것을 먹고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금기를 지킨 곰은 사람이 됐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호랑이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곰과 호랑이의 사람되기가 단군 탄생의 비밀이었다면, 이번 대전시 인사는 승진 소요 최저 년수를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국장으로 3급인 부이사관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과장인 A 서기관과 B 서기관은 2014년 7월 9일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번 인사에서 두 사람의 이름이 빠졌고, 인사는 반토막이 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B 서기관이 부 이사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인 승진 소요 년수를 채워야 하는데 이를 8일 채우지 못하면서 이달 1일자 인사에서 이들을 승진 명단에 포함시킬 수 없었던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시 전체 인사가 혼란해진 것은 물론, 조직에 던지는 메시지 조차 불분명해지는 역효과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더 극적으로는 일하지 않아도 승진은 할 수 있다는 최악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신상필벌이 없다는 것이다.

시청 내부에서는 이들이 포함된 승진 인사가 3급 정책 보좌관이 신설되는 올 8월 1일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쯤되면 단군신화에 맞먹는 두 사람을 위한 대전시 인사 서사로 불리울만 하다.

논어에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제 자리에서 그에 맞게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히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다는 위록지마(謂鹿之馬)가 현 상황에 맞는 지도 모를 일이다.

서기관을 가리켜 부 이사관이라고 해도 이를 문제 삼을 사람이 없고, 문제 삼았다면 숙청하는 역사가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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