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창조당, 공동 교섭단체 구성 협상 갈수록 꼬여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 원내교섭단체 등록이 무산 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회창 총재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의 담판을 통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물꼬를 튼 이상민 의원(선진당, 대전유성)은 최근 이회창 총재로 부터 협상의 전권을 다시 위임받아 창조한국당과의 교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의원은 이 총재로 부터 협상권한을 위임 받았으나 한가지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선진당 원내대표'.

 

양당 관계자에 의하면 이상민 의원은 11일 의원회관 문국현 대표의 의원실을 방문해 협상에 나섰으나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채 발걸음을 되돌렸다고 한다.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 전리품 '수두룩'

 

답답한 것은 교섭단체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선진당내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개원 협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마음먹기 따라서는 다음 주라도 국회가 열릴 수 있고 국회법상 첫 임시국회개회 2일 이내에 상임위원을 선임하고,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관례상 교섭단체는 의사일정을 협의 하며 본회의장 의석 배정 요청 및 구획조정 협의에 참여 하고 교섭단체 직원은 국회 본회의장에 연락요원이 두 명 까지 출입이 가능하다. 또한 각 상임위원회에 간사로 선임 자격이 주어지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이 가능하다. 

 

상임위 간사로 참여 한다는 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각 교섭단체 간사간 협의가 안 되면 상임위가 작동이 안 되기 때문에 그 만큼 당의 입장을 관철하기가 쉬운 것은 물론이다. '선진, 창조당' 공동 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되면 두 당의 거의 모든 의원이 상임위 간사로 활동 할 수 있다.

 

덧붙여 국회법상 의장은 국회운영과 관련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정책연구위원 배정도 큰 메리트다. 의장은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정책연구위원을 배정하는 데 그 정원은 교섭단체가 2개일 경우 63명, 3개 이상인 경우 67인이며 교섭단체 의원 수에 따라 배분받게 되는데 이 경우 양당은 10명 정도의 정책연구위원을 배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교섭단체 사무실을 배정 받으며 교섭단체 활동비, 교섭단체 원내대표실 운영비, 정책연구위원실 지원비, 소모품비 등을 지원 받는다.

 

정당보조금은 정치자금법에 '동일 정당의 소속의원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하다.

 

선진당 의원들, 원내대표 연연하지 않는 의원 상당수

 

선진당 의원 중 '비교섭단체 무소속 의원'의 설움을 잘 알고 있는 이재선 의원 (선진당, 대전서을)은 "내가 촉구하지 않더라도 교섭단체 구성은 해야 하는데 총재 뜻이 워낙 완강해서 말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A 의원은 "당내 의견이 분분하고 찬, 반도 반반씩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양당이 상징성 때문에 원내대표를 고집하는 거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상징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운영위 및 정보위의 당연직 위원이 되는 등 실질적 힘도 주어져 이회창 총재가 내심 원내대표를 원하는 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B 의원은 "이번 협상이 깨지면 외부 인사들이 선진당을 외면 할까봐 걱정"이라며 "첫째 며느리를 잘해줘야 전국의 괜찮은 규수들이 둘째, 셋째 며느리로 오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OK하면 국회가 바로 개원 된다. 그러면 끝"이라며 "양당이 시간이 남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기 싸움만 하는 건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D 의원은 "며칠 전 한겨레신문에서 양당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대전, 충청권에서 찬성이 57%, 반대가 26%였다"며 "충청권 주민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한 선진당이 이런 여론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회창 총재에게 양보를 건의하겠다고 하는 의원은 없었다. 그야말로 '고양이목에 방울달기'다.

 

김동규 정무특보, "이 총재가 창조적 제안 낼 것이다"

 

창조한국당에서 선진당과의 교섭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규 정무특보는 의외로 '걱정하지 말라'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동규 정무특보는 12일 저녁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회창 총재가 선뜻 큰 원칙에 합의했으니까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며 "이 총재가 보수적인 줄 알았는데 3가지 정책에 합의해주고 저희가 얘기했던 사람중심의 자본주의와 따뜻한 공동체 건설에도 합의했다"며 이회창 총재를 추켜세웠다.

 

김 정무특보는 "이회창 총재가 저희가 생각지도 못했던 창의적이고 현명한 제안을 내 놓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보다는 어떻게 원내대표직을 운영해 나가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창조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창조한국당이 원내대표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소수정당이 정국을 주도 할 수 있는 길은 오직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슈를 주도해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18대 3의 숫자로만 양당의 처지를 바라 볼 게 아니라 '창조당 원내대표 체제'가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줘 정국주도권까지 쥘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선진당내에서는 이회창 총재의 '결단'과 함께, 심대평 대표가 선진당의 실질적인 '대표'로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주장의 핵심은 이회창 총재가 중앙 중심의 정치만 펼쳐 대전, 충청권 여론이 선진당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심대평 대표가 당의 전면에 나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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