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화항쟁 기념 맞물려 21년 만에 최다 인원 참가

대전역 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

<대전시티저널 특별취재반=김기석·김종연·홍석인> 국민의 먹거리 문제로 시작된 촛불문화제가 1만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6월 민주화항쟁 21주년을 역사에 새롭게 장식했다.


10일 저녁 6시부터 대전역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문화제는 87년 6·10 민주화항쟁 21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공연으로 이루어져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시작한 이 행사에는 각계, 각층의 많은 시민들과 기름 값 인상에 반발한 노조까지 가세해 대전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거리로 나온 대전시민들. 왕복 8차선 도로를 모두 막아서며 장관을 이뤘다.

 

문화제가 시작 된지 한 시간 만에 대전역 광장에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거리행진에 나서면서 거리에 나온 시민들까지 참여하면서 인원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져 중앙로 거리를 가득 메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6·10 민주화 항쟁이라는 의미 있는 날인만큼 이 행사의 처음은 엄숙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한영세 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오늘은 21년 전과는 달리 조직적이지 못하고 지도부는 없지만 오늘은 그 열기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크다"며 "벌써 한달이 넘도록 집회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학생에서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나와 대한민국은 민


또 그는 "우리의 삶과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측면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탄압되고 있다"며 "독재정권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이 주장했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안정선 상임대표는 "박정희, 전두환 정부 아래에서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당당하게 자라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됐다"며 "촛불집회에 나오는 시민보고 백수라고 한다면 자신도 백수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또 "촛불 문화제는 그 누구의 선동도 배후도 없다"며 국민의 요구를 들어주고,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나는 기꺼이 그들의 배후가 되겠다"라며 의미 있는 말을 전했다.

 

시가행진을 이끌었던 풍물패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으능정이로 돌아오고 있다.

 


씨앗 어린이 도서관 추진위원인 고연씨(41세, 유성구 노은동)는 핸드페인팅 티셔츠 100장을 들고 나와 인터뷰를 하면서 "광우병만으로 국한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명박 정부가 3달 만에 너무나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고, 이것이 점차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까지도 확산되


그녀는 또 "우리나라 공교육을 무참히 짓밟는 이명박 정권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은 지금의 활동을 하기 전에 "한밭레츠라는 지역화폐운동의 단체에서 활동했었고, 현재 주민들이 도서를 기증해 줘서 자생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며 더욱더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이어 자유발언대에 나온 송악교회 이종명 목사(48세, 온양)는 "집에서 인터넷만 보며 근처 온양시내에 나와 집회에 가끔씩 참가했는데, 오늘 처음 대전역 광장에 나왔다"며 "같이 호흡하고 놀 생각으로 나왔으나 사회자도 있고, 교수님도 나오셔서 당황스럽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21년전 나는 이 자리에 있었고, 시위를 주도했던 한 시민으로써 지금의 현실을 돌아보면 87년 6월 항쟁의 주역임에도 게으르고 감성에 젖어 무능하게 생활한 것 같다"며 "회개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해 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17대 대선에서 투표권을 가졌던 시민들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에 사죄하자"라며 "속죄의 시간을 갖자"고 당부했다.

 

중앙로 네거리에 주저앉은 시민들. 중앙로를 가득 메웠다.


이날 촛불 문화제의 시작은 엄숙한 분위기였으나, 이어진 공연은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호흡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여성인권 지원 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이지은씨는 직장동료들과 함께 나와 "이 나라가 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왜 이리 대통령은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지 이해가 안된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자신이 시민단체 소속이기 때문에 혹시나 시민들이 오해 할까봐 몰래 나와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씁쓸함을 표현했다.

 

바닥에 다리를 뻗고 '쇠고기 전면재협상'을 외치는 시민들.


이날도 역시 '고시철회'와 '전면재협상'을 외치며 '국민의 권리로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하자'의 구호로 시민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우금치의 공연.


이어 행해진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공연은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우금치'의 공연은 '소리로다. 소리로다. 분노의 소리로다'의 표현으로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우금치'의 한 관계자는 <대전시티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쇠고기 협상이나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공연으로써 보여 주겠다"고 말해 공연의 비장함을 표현했다.


거리행진이 시작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제에 참여해 대전역 광장 앞 중앙로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대략 10만여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그 숫자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맞불을 놓았던 시민들의 정체가 경기지역 한나라당 당원과 포항시 이장과 통장들이었고, 이들을 동원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겨레>신문에 보도됨에 따라 더욱 큰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수고하는 사람들. 대전지역의 경찰병력의 대부분이 서울로 지원가고 정부청사경비대가 이날 폴리스라인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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