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실형 원심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

[ 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 가습기살균제 옥시의 보고서를 작성해 1심에서 징역2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서 울대 조모교수가 항소심에서 1심 실형 깨고 연구 물품대금 사기 혐의만 유죄를 선고해 집행유예로 11개월만에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28일 증거위조,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조모(57) 교수에게 징역2년과 벌금 2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고 유죄가 인정된 사기혐의만 적용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교수가 옥시 보고서의 일부 시험결과를 삭제한 것이 연구자의 재량이라고 판단했고 또한 옥시로부터 연구비와 별도로 받은 1200만원도 단순 자문비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구용역을 제안받은 교수는 부당한 요구가 아닌 한 의뢰 업체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시험을 진행할 책임이 있고 수시로 협의가 가능하다, 조 교수가 옥시의 요구대로 연구를 수행한 것이 연구자의 직무를 위배한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참여연대, 환경연합,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연구자가 외뢰기업의 요구대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옥시 사건의 경우 ‘동물실험을 의뢰받은 서울대교수가 실험결과중 중요한 독성결과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살인기업 옥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자문료 명목으로 연구비와 별도로 거액을 받은 일”이라며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연구자로서 독성실험을 하고 그것이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실험 결과를 모두 확인하고 보고서를 제출했어야 한다. 흡입독성 실험과 달리 생식독성 실험결과는 옥시에만 보고하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은 실험결과가 드러나지 않게 함으로써 결국 옥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한마디로 오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판결내용은 매우 황당하다. 옥시의 요구에 따른 서울대 조교수의 보고서 조작은 그대로 당시 민사재판부에 제출됐고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에게 합의를 종용해 결과적으로 쌍방과실의 교통사고 처리와 같은 방식과 수준으로 합의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연구자가 외뢰기업의 요구대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관련 “옥시 사건의 경우 ‘동물실험을 의뢰받은 서울대교수가 실험 결과중 중요한 독성결과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살인기업 옥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자문료 명목으로 연구비와 별도로 거액을 받은 일’이 부정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한마디로 청부과학은 정당한 것이라는 시각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열흘전인 지난 19일에 옥시사건에서 서울대 조교수와 거의 같은 죄목으로 구속된 호서대 유교수의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피고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것”이었다며 “열흘차이로 거의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1994년 제품이 처음 출시되어 2011년까지 18년동안 최소 24개의 제품이 최소 719만개나 팔렸고 전국민의 20%인 1천만명이 사용했으며 이중 최소 5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으로 지난 21일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가 5,561명이고 이중 21%인 1,181명이 사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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