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兪弘濬)은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제6차 회의(‘06.9.26)에서 심의를 마친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간이역 12곳을 문화재로 등록예고 하였다.

20세기초 근대화의 물결에 따라 마차에서 기차로 교통수단이 바뀌면서 생겨난 간이역은 근대기의 기간산업과 생활문화의 변천을 조망하는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문화가 전국으로 유입되고 다시 지방의 고유한 문화가 경향 각지로 알려지는 데 있어서 ‘출입구’ 역할을 함과 더불어 항일운동이 만주로 까지 이어져 거대화되는 데에도 ‘매개체’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점에서도 사회문화적 의미가 크다.

간이역은 일제강점기·광복·한국전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점철되었던 20세기를 보내면서, 꿈을 안고 보따리를 지고 열차를 기다리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잠시나마 숱한 사연과 애환을 풀어놓으며 숨을 돌렸던 “우리 근대사의 쉼표’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우리의 옛 모습이 흑백사진처럼 남아있는 간이역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7월부터 9월 초까지 간이역 65곳을 대상으로 문헌조사와 관계전문가 현지조사를 통하여 역사적·건축적 가치와 함께 서정적 가치가 높고 인근 자연 풍광이 빼어나 보존가치가 큰 간이역 12곳을 문화재로 등록예고 했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등록 예고한 간이역 12곳은 ▲화랑대역(경춘선) ▲일산역(경의선) ▲팔당역(중앙선) ▲구둔역(중앙선) ▲심천역(경부선) ▲도경리역(영동선) ▲남평역(경전선) ▲율촌역(전라선) ▲송정역(동해남부선) ▲동촌역(대구선) ▲가은역(가은선) ▲청소역(장항선) 등으로 전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문화재청은 “근대사의 상징물로, 우리들의 추억과 향수가 묻어있는 간이역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어 시급히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으면서 관광자원화가 가능한 곳을 선정했으며,

“앞으로 관사, 철도교, 터널, 화물헛간 등도 추가로 발굴해 NGO(비정부기구), NPO(비영리기구)와의 협력체계를 구축, 지역관광자원화 하는 등 근대문화유산의 새로운 보존·활용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특히 대부분의 간이역들이 숲과 강, 바다에 가까워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올가을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도 권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먼저 등록된 ‘울산 남창역사’ 등 8곳은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문화재등록을 추진하는 가운데 무작위로 등록된 것인 반면, 이번에 등록예고 되는 간이역은 전국의 간이역을 일괄 조사하여 서정성과 역사성이 큰 곳을 선정한 것이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등록예고 간이역

<화랑대역>

서울과 춘천을 오갈 때 잠시 멈추는 서울시 노원구의 화랑대역은 1939년에 개통된 경춘선상의 역사이다. 높은 박공형 지붕과 정면 현관의 캐노피(천막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구조물) 양식이 특징적인 역사로 예전부터 ‘태릉갈비’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인근 지역이 음식으로 유명해 시민들이 많이 찾던 간이역이다.

<일산역>

일산역(경의선)은 1933년에 건립된 역사로 ‘一’자형 평면위에 ‘십’자형 박공지붕을 올려놓은 형태이다. 비록 현재는 신도시 건설에 따라 아파트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지만, 원래 변두리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었던 것으로 역내로 들어서면 시골스런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철도 테마카페나 철도 공원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높다.

<팔당역>

1939년에 건립된 중앙선의 역사로 ‘一’자형으로 되어 있다. 앞쪽에 경춘가도라는 춘천으로 가는 국도가 있고 한강상류와 금단산이 인근에 있어 역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구둔역>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에 소재한 ‘구둔역’(중앙선)은 1940년에 건립된 역사로 장방형 평면에 ‘T'자형 박공지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물 채취꾼들이 드나드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오래된 수목과 화단을 역무원들이 잘 가꾸고 있어 찾는 이에게 삶의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주고 있다.

<심천역>

난계 박연 선생의 탄생지인 충북 영동면에 위치한 경부선상의 ‘심천역’은 1934년에 건립된 역사로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 순서로 배치되어 있으며 정면성을 강조한 대합실 출입구의 박공지붕이 특징적이다. 특히 뒷산의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곧게 뻗은 철로 앞으로 시원한 금강이 흘러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도경리역>

강원도 삼척시에 남아있는 도경리역은 1939년에 건립된 역사로 영동선에 남아있는 것들 중 가장 오래된 역사이다. 일자형 박공지붕과 배면에 설치된 부섭지붕이 특징적이며, 특히 한적한 계곡의 줄기와 낮은 산능선을 따라 철길이 지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경관과 풍치가 미우 뛰어나다.

<남평역>

1930년에 건립되었다가 1950년 여순반란사건으로 소실되어 1956년에 신축된 경전선의 역사로 우리민족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철로 건너편 짙푸른 야산과 휘어져 내달리는 철고가 어우러져 시골역의 정겨움을 자아내고 있다.

<율촌역>

이번에 등록 예고된 간이역 가운데 전라선의 율촌역은 서울역이 건립된 지 5년 후인 1930년에 건립된 역으로 왼쪽에 대합실이, 중앙부에는 역무실이, 이어서 보관고(창고)가 돌출된 볼륨으로 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ㄴ'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송정역>

부산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동해남부선상의 ‘송정역’은 1934년에 건립된 역사이다. 대합실·사무실·숙직실이 원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데다 한 켠에 세워진 철제 창고 역시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아르누보 양식을 띠고 있어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크며 현재 시민들에게 오픈 스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어 근대적 정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촌역>

1938년에 대구선에 편입된 역사로 건립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붕의 독특한 디자인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가은역>

1955년에 건립된 경북 문경시의 가은역은 석탄산업과 함께 번성했던 간이역사로 해방 후의 철도역사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특히 북쪽으로는 산을 등지고 남쪽으로는 뻗어내린 선로와 주변 마을의 풍경이 아름답다. 철도동호인들이 성지처럼 여길 정도로 철도문화사적으로 가치있는 곳이며 석탄산업의 사양화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근대사의 증인이다.

<청소역>

충남으로 이어지는 장항선이 휴식하는 청소역은 1961년에 지어진 벽돌조 역사로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이다. 한국전쟁 이후 근대한국형 간이역사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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