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두배 이상 많아

[ 시티저널 신유진 기자 ] 이병헌, 이경규, 김장훈, 양현석, 김하늘, 차태현…

이름만 들어도 반짝이는 톱스타들, 그러나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연예인이라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더 있었으니, 바로 '공황장애'를 진단 받은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방송을 통해 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방송인 김구라 씨가 공황장애로 방송활동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황장애에는 스트레스, 경쟁, 압박, 과로 등 내적원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연예인의 공황장애에 대한 경험담은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니 이를 비단 '연예인병'으로만 여길 수 있을까?

◈ 공황장애, '심하게 두려워하며(恐) 당황한다(慌)'

공황장애(panic disorder)란 '심하게 두려워하며(恐) 당황한다(慌)'는 뜻을 갖고 있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심한 불안감, 심계항진, 어지러움, 파멸감, 죽음의 공포 등을 호소한다.

심각한 신체질환을 암시하는 듯한 증상들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전까지 인근 병원들을 순회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 과정은 어렵지 않다.

전 인구의 1.5~2.5%는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남자보다 여자에게 두배 이상 많으며,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할 수 있으나 후기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공황장애 초기에는 간헐적인 공황발작이 발생하지만, 만성화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2차적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더더욱 환자들을 괴롭힌다"며 "이러한 증상으로는 예기불안, 광장공포증, 우울증과 자살, 알코올 중독과 약물남용 등을 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예기불안 - '그 끔찍한 발작을 또 맞으면 어쩌지'

공황발작은 한번 경험하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반복적으로 당하게 되면, 언제 올지 모르는 발작에 대해 항상 불안해지게 된다.

결국 공황발작이 없는 평소에도 지속적인 불안감이 나타나게 되고, 중요한 자리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장소에서 불안감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지속적인 예기불안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몹시 지치고 힘들고 업무 및 학업능률이 저하되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 광장공포증 -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는 무서워

공황장애 환자들의 50% 이상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광장공포증으로 진행된다.

결국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극장, 음악회장, 시내의 거리를 다닐 수 없게 되고, 차량 통행이 많은 길이나 터널에서 운전을 할 수가 없으며,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공황장애는 이처럼 심각한 사회생활의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 우울증과 자살, 술과 약물 -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조기 치료를 받지 않은 만성적인 공황장애 환자들은 머지않아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입장에 처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무서운 공황발작은 일어나고 직장에도 나가기 힘들고, 이러한 무기력한 생활을 봐주던 가족도 지치게 되면 이래저래 잔소리가 늘게 된다.

정신과가 아닌 일반병원에 가면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도 않고 잘못하면 꾀병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아무런 의욕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삶은 고통의 현장으로 변하게 되어 그 도피처로 죽음이나 술, 마약 등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 초기에 발견할 경우 70~80% 환자에서 호전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80%의 환자는 상당한 호전을 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공황발작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공황발작의 증상의 빈도나 그 정도를 경감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또 다시 증상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는 예기불안을 감소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약물을 통하여 증상이 경감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이 공황장애의 치료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사용되는 약물은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항우울제, 단가아민산화억제제 등을 들 수 있으며 최근에는 세로토닌 계열의 항우울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공황장애의 비 약물 치료 방법으로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 정신교육(Psychoeducation)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행동치료, 인지치료를 혼합한 정신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공황장애 증상에 대한 오해나 편견들을 바로잡아주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장소와 상황에 불안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집단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환자에게 공황증상의 진행 과정, 증상으로 인한 고통, 정신적인 극복 과정에 대한 상담을 하고 적절한 교육, 지지, 격려 등을 통해 환자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가족들 또한 공황장애가 의지의 나약함으로 인한 것이 아닌 뇌 전달물질의 생물학적 이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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