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교의 비석 앞에 육군 하사의 금빛 계급장이 놓여 있다. 누구일까? 이 계급장의 주인은? 아마도 고인을 무척이나 존경하는 사람이리라. 제법 순해진 바람은 잠시 비석 아래 머물며 황금빛 잔디를 깨우고 있다.

▲ 국립대전현충원 김현우 사무관.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에는 어느 용사의 외침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햇살에 빛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4년 2월 육군 35사단 신병교육대에서는 수류탄 투척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김범수 육군 대위는 그 당시 소대장으로서 훈련병 교육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신병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수류탄을 손에 쥔 채 던지지 못하자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깨닫고 '엎드려'라고 외친 뒤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안음으로써 많은 동료와 부하를 구하고 산화했다.

우리 원에서는 그의 순직 10주기를 맞이하며 국립대전현충원 장교 제2묘역에 잠들어 있는 김범수 대위를 2월의 현충인물로 선정하고 그의 희생을 담은 기록영화 '그대 꽃잎처럼'을 보훈미래관 등에서 상영하고 있다. 아들의 기일을 맞이하며 묘소에 들렀던 김 대위의 아버지는 아들을 기억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국립대전현충원 보훈미래관 1층 유품전시관에는 구멍난 철모와 함께 한 용사의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

그는 사병 1묘역에 잠들어 있는 공완택 병장으로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9년 4월 경기도 포천의 한 부대에서 훈련 중 수류탄을 던지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을 땅에 떨어뜨리자 재빨리 자신의 철모를 벗어 수류탄을 덮은 뒤 몸으로 감싸안고 산화했다.

부하를 위해 또는 동료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그들이 죽는 순간까지 지켜내고자 했던 가치는 진정 무엇이었을까? 비록 몸은 한 줌 흙이 되었지만 오늘도 임들의 고귀한 정신은 뿌리깊은 나무처럼 365일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2014년도 연두업무보고에서 평화통일 기반 구축에 기여하는 '명예로운 보훈'을 핵심 키워드로 설정했다.

'명예로운 보훈정책'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더욱 확대하고 아울러 이분들이 물려주신 대한민국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보훈문화 창달과 나라사랑 교육을 통해 온 국민이 나라사랑 하는 마음을 굳건히 다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가까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이 곳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억하고 존경하는 일은 나라사랑 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것이 명예로운 보훈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널리 인식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많은 국민들의 마음 속에 '명예로운 보훈'이 자리하는 날 비로소 우리는 평화통일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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