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올해의 달력 한 장을 보는 순간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진다. 서울시청 앞에 대형 트리에 불이 켜지고 거리는 성탄절을 예고하는 음악과 장식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 국립대전현충원 윤현철씨.
이런 시가지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국립대전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숨결만이 가득하다. 자칫 연말분위기에 편승해 방향성을 잃기 쉬운 마음도 이 곳에 오면 정결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게 된다.

올해는 연평도 포격 도발 3주기가 수일이 지났는데도 국민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달 한 종교단체에서 남북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서해 NLL 설정 과정 등을 거론하며 한미 군사 훈련을 함으로써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발언을 계기로 대다수의 국민은 연평도 포격도발 3주기와 현재 우리 사회의 안보현실과 다시는 이런 도발로 우리 장병과 국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공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 일로 희생장병의 부모와 형제는 3년 전의 아픔이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을 것이다.

3년 전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4분. 북한은 다연장포를 동원해 서해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 마을에 포탄 170여 발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해병대 장병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희생자 2명이 숨지는 등 무고한 희생을 낳았다.

또 연평도 포격 도발은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직접적인 대규모 군사 공격으로 군이 아닌 민간을 상대로 포격해 인명피해를 입힌 끔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피격으로 전 국민을 놀라게 만들었는데 그보다 더한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경악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실시간 방송되는 구조 장면과 포격으로 폐허가 돼버린 마을, 사망소식을 듣고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은 머나먼 외국의 전쟁이나 영화속에만 보아왔던 장면들이어서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일이었고, 남과 북이 종전 상태가 아닌 휴전 상태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점 뉘우침 없이 연평도 공격이 한국의 책임이라는 뻔뻔한 억지 주장 속에 핵무기 실험 등으로 재도발 움직임으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군사적 모략을 더 이상 허용하면 안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국민들은 보다 확고한 안보의식으로 재무장하여야 한다. 안보는 단순히 군인만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켜야한다는 철저한 안보의식으로 어떠한 희생도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될 것이다.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3년, 다시 한번 안보의식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도 연평도 곳곳에는 당시 포격의 상흔이 남아있고, 주민들도 그날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서진 건물이나 도로는 복구하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지만 주민들이 안고 살아가야 할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치유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성탄절 캐롤송을 즐겁게 부르고 있을 때 이 순간에도 연평도는 추운 겨울만큼이나 힘든 현실을 이겨내느라 애쓰고 있음에도 최근의 이러한 논란은 북한의 포격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희생장병의 부모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들,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뤄낸 수많은 국가유공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연평도 용사의 숭고한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말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온 국민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우리 대한민국을 더욱 안전하고 부강한 나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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