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였던 인재영입위원장 자리, '호박이 넝쿨째'

한나라당의 강창희 인재영입위원장이 공천접수 마감일을 하루 남겨 둔 4일 오후 측근을 통해 중앙당에 서류를 접수시키며 사실상 대전 중구에 '말뚝'을 박았다.

 

이날 오전 김영관 대전시의회 의장이 중구 출마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도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6선 고지에 한 발짝 다가 선 느낌이다.

 

강창희 위원장이 이처럼 쉽게 공천에 안착 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해 11월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부터다. 당시 강창희 전 최고위원은 인재영입위원장 자리가 자신에게 이토록 효자 노릇을 할 줄 몰랐다.

 

그는 임명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정치부 기자들에게 '내가 원하지도 않았고 협의도 되지 않은 자리'라고 공공연히 말 한 바 있다. 이는 임명에 결정적 역할을 한 강재섭 대표 및 친 MB계 인사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강재섭 대표는 강 전 최고에게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맡기며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와의 연대에 일익을 맡아 줄 것을 요청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당선자도 강재섭 대표가 '강창희 인재영입위원장' 임명을 상의 했을 때 별 뜻 없이 동의 해 줬으나 이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MB에게 중요한 자리인데 상의도 하지 않고 임명에 동의해 준 것에 대해 '항의 아닌 항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인재영입위원장이 당직 중 유일하게 공천심사위원장에 포함되는 게 알려지자 강창희 위원장의 주가는 급상승한다. 실제로 요즘 강창희 위원장은 전국에서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로부터 청탁을 받지 않기 위해 휴대폰의 전원을 꺼 놓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앙의 MB 측근들도 대전에서 MB 대통령 만들기에 선봉에 선 뒤 지역구 출마를 원하는 김영관 의장에게 '공천심사위원이라 어쩔 수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며 다른 자리를 제의 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당 지지도의 하락으로 대전시장 후보를 구하지 못한 한나라당은 최후의 카드로 강창희 전 최고의 출마까지 고려하고 그에게 출마를 종용 했으나 그는 '제주 구상'을 통해 "내 선거를 위해 골목을 누빌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로 불출마를 선언한다.

 

이 발언은 '강창희 전 최고위원이 지역구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영관 대전시의회 의장은 총선 출마 의지를 피력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결국 김영관 의장은 힘의 열세를 느끼고 4일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단기필마로 당에 입성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내주게 되자 강창희 위원장의 국회의장직 도전뿐만 아니라 총선 출마 자체도 쉽지 않아 보였다. 특히 자존심이 강한 그로서는 당내에서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흘러간 정치인으로 치부되는 게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결국 강 전 최고로서는 얽혀있던 모든 실타래를 풀게 해 준 단서가 '인재영입위원장'이었으니 그가 처음 위원장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 '시큰둥'했던 반응이 오히려 정치계의 변화무쌍함을 웅변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읽혀진다.

 

하지만 강창희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로서는 지역구 의원을 발판으로 마지막 꿈일 수도 있는 '국회의장'에 도전 할 것으로 보이며 그마저 성공한다면 대전권 맹주로서 내후년 지방선거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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