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티저널 이명우 기자 ] 지난 1991년 공휴일에서 제외됐던 한글날이 23년만인 올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인 한글의 소중함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일 것이다.

9일 오전 10시를 전후해 567돌 한글날 경축식에 이어 축하공연 등 한글날의 공휴일 부활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서울을 비롯 지방 곳곳에서 펼쳐진다. 특히 한글의 도시 세종시는 이날의 경축식이 각별히 남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한글에 대한 관심이 한글날이 돼서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닐 것이다.

한글은 문화적, 과학적 가치를 지닌 우수한 문자다. 찬란했던 조선 문화의 상징이며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다. 솔로몬 군도에서는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지정해 배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또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사실 고유한 글을 가진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20여 곳 남짓하다. 하나의 민족이 글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는 이에 자부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 한글을 가꾸고 지켜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의하면 한글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부족하다. 한글날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이라고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응답자의 52.2%에 불과했고 31.5%는 공휴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한글날이 훈민정음 반포일을 근거로 제정됐다는 사실을 아는 응답자는 57.8%였다. 물론 지난해 연말에야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탓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달력에는 빨간 공유일이 아니고 검정 글씨로 한글날임을 표기한 것도 적지 않다.이는 정부나 업계의 홍보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한글이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다. 공공행사에서 잘못된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가 하면 방송 등 언론기관에서 사용하는 용어에도 문제가 많다. 공공기관이나 도로 표지판, 유적지 표석 등에 글자가 틀리는 일도 있다. 특히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의 언어 파괴 현상은 심각하다. 신조어가 난무하고 줄임말 등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문법상 잘못된 표현, 틀린 맞춤법이 예사로 사용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욕설, 은어, 비속어 사용은 도를 넘고 있다. 점차 연령대가 낮아져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에게서도 의미도 이해 못 하는 상스러운 용어들이 튀어나온다. 대학생들조차 맞춤법이 엉망인 경우가 많다. 얼마전 지역축제를 대상으로 한 글짓기 대회를 열었는데 학생들이 띄어쓰기는 물론 맞춤법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이 적지 않았다.

또 멀쩡한 우리말을 두고 외래어를 쓰는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길거리 간판이나 상표명, 단체이름, 전문용어 등에 외국어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학술대회 등에서 굳이 한글로 표기해도 될 것을 영어나 외래어로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심하게 볼 때 한글로 표기하는 문장이나 단어가 촌스럽다는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어를 피할 수는 없지만, 한글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데 꼭 외국어를 써야 할 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말과 글은 그 민족의 정신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래 여러 선인이 우리 말과 글을 지켜냈다. 그런 한글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말과 글을 소중히 생각하고 정확히 사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정부는 한글 보호와 발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일선 학교에서도 올바른 한글 교육에 힘써야 한다.

때 마침 충남도교육청이 한글날이 들어간 이번 주간을 '욕설 없는 주간'으로 정해 모든 초·중.고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욕설 추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만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벌려야 할 일지만 이러한 노력이 쌓여 우리말 순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방송 등 언론기관도 올바른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 청소년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국적을 알수없는 말들을 사용한다면 미래 한글의 오용에 대한 책임에서 방송은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한 의미를 되새겨 모든 국민이 한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글을 지켜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