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수성 리더십을 발휘할 영웅 3.0 시대를 소망해 본다

[ 조신형 ] 아시아나 항공 착륙 사고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세간에서 굵직한 파문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따른 국정조사와 국정원장 구속,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이른바 '귀태(鬼胎) 발언' 논란으로 비정상적인 국회 일정, 대전시의 과학밸트 수정안 수용과 관련한 진실 공방과 함께 국론 분열과 인접 도시와의 공조 위기 등을 보면서 왜 우리 시대에는 일그러진 영웅들이 할거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예부터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고 했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 하더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아니면 영웅이 될 수가 없다. 영웅은 반드시 전쟁터나 권력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통과 통합, 신뢰와 원칙의 시대에 필요한 영웅은 과연 어디에서 나타날까? 리더십 이론으로 보면 어떤 리더가 영웅으로 나타날까 생각해본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과 ‘세종의 수성리더십’에서 찾아보고 싶다. 서번트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이며, 수성리더십은 안정화 시기의 합리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1977년 미국의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가 헤르만헤세의 저서 「동방으로의 여행」에서 착안해 처음 소개한 이론이다. 이 소설에서 레오(Leo)는 여행 동반자들 사이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없어지자 혼란에 빠져 여행 중단사태까지 이르렀는데 이때 동반자들은 바로 레오가 진정한 리더였음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단순히 섬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을 섬기면서 능력을 키워주고 더 나은 리더로 성장까지 시켜주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수직적인 제왕적 리더십과 차별화된 수평적 쌍방향 개념이기도 하다.

박현모 교수의 저서 「세종의 수성 리더십」은 세종대왕의 치리를 분석하여 국가 창업기를 지나 안정화된 시기를 지켜가는 수성기가 더 중요함을 역설한 리더십으로 엄격한 자기 통제력 속에서 인재를 육성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정책결정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결정하며, 실용적인 외교를 리더십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가장 엄격해야 할 고위공직자인 국정원장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개인비리로 구속 될 정도라면 아무리 높은 권좌에 있다 하더라도 그는 허드렛일 하는 사람만도 못하다. 현직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라고 한 발언은 안 보이는 곳에서는 임금님도 욕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제1야당의 원내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비하 발언한 것은 단순한 임금님 욕은 아니다. 비록 민주당 대표가 사과하고 당사자인 홍대변인이 물러났지만, 그들이 과거의 툴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민 여론은 다가가지 못할 것 같다.

대전시의 과학벨트 수정안 문제는 대전시와 미래부 중 수정안 제안을 누가 먼저 했는냐로 박병석 국회부의장실의 녹음파일 공개와 미래부1차관 발언 번복 등으로 대전시가 곤혹스럽더니 이제는 야당에서 세종시 수정안 제안 당시처럼 과학공원 수정안으로 파상적 공세를 취하며 정쟁으로 치닫고 있다.

 과학밸트 수정안은 표면적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엑스포과학공원에 설치해 부지매입비 3,500억원 정도를 국가예산에서 줄이고 대전시 부담도 줄이자는 것이지만, 미래부의 수정안 제안 시 충청권 협의나 대전 시민과의 투명한 합의과정 없이 긴급히 추진하면서 갈등과 논란, 정쟁이 유발되고 있다. 과학밸트 원안과 수정안 사이의 기대효과 비교가 시민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지도 않고 있으며 정쟁으로 치달을 경우 사회적 자본 침탈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대전시의 자중지란이 한심한 지자체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전 시민들 또한 자존심 상할 일이다. 대전시는 지난 11일 열린 민선5기 3년 대전 시정 평가토론회에서 통렬히 비판한 박재묵 교수나 권선필 교수의 “소통부재와 시책추진 절차에 있어서의 문제,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행정성과 부족” 등의 비판의 소리를 귀담아 ‘세종의 수성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국내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승무원들의 영웅담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사고 발생 당시 이윤혜 승무원을 포함한 네 명의 승무원은 비행기가 불타오르기 직전까지 본인들이 부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탑승객 300여명을 모두 탈출시킨 후 마지막으로 겨우 빠져 나왔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시대의 서번트 리더로서 영웅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치와 행정의 현장에서는 왜 이런 영웅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서번트 리더십이나 세종의 수성 리더십을 발휘할 영웅 3.0 시대를 소망해 본다.
 

조신형 프로필

학력
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충남대학교 대학원 자치행정학 박사

경력
제4대, 제5대 대전광역시의회 의원
한나라당 대전 서구청장 출마
박근혜대통령후보 3040특별본부 총괄단장

현직
배재대학교 객원교수
(사)대전도시개혁센터 이사
상록문화센터 이사장
새누리당 중앙당 국민소통위원회 부위원장
 

 

저작권자 © 시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