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교육청 보다 저 사양 비싸게 구입

광주광역시교육청과 대전광역시교육청의 컴퓨터 사양을 비교하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왼쪽이 광주교육청 보급규격 오른쪽이 대전교육청 보급규격

 

대전광역시교육청(교육감 김신호)이 교체 주기 5년의 교육용 PC를 구매하면서 低 사양 컴퓨터를 고가에 대량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해 12월 7,760대 81억 원 상당의 노후PC 교체사업을 확정하고 구매에 나섰으나 일선 학교에서 구입을 결정한 거의 모든 컴퓨터가 향후 5년간 사용하기 힘든 제품인데다가 일부 제품은 작년 말을 기준으로 단종 된 것으로 알려져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구매 계약을 체결한 컴퓨터는 각 급 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습용으로 사용할 제품으로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들이 2008년도 부터 저사양의 제품으로 수업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된 가장 큰 이유는 81억 원의 혈세를 사용하면서 제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공개경쟁입찰'을 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요인이다.

 

타 지역인 광주광역시의회의 경우 학교별로 '공개경쟁입찰'을 하도록 지시해 고가사양 제품을 저가에 구입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 됐으나 대전의 경우 거의 모든 학교가 조달청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해 제품을 구입했고 일부 옵션의 경우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공개경쟁입찰'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구매방식도 문제지만 대전시교육청의 구매지침 내용 자체도 원천적으로 잘못 됐다는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해 12월 17일 각 급 학교에 공문을 통해 보급규격을 시달했으나 이는 지난 해 8월 광주시교육청에서 구입한 제품보다 低 사양으로 구성 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은 노트북의 경우 120만원, 데스크톱의 경우 100만원으로 책정 했다.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 교육청이 각 급 학교에 하달한 제품 규격을 비교해 보면 교사용 노트북의 경우 메모리는 광주 2GB DDR2 대전은 1GB이상, CPU의 경우 광주는 C2D T7300 대전은 C2D T7250으로 대전이 모든 면에서 저 사양으로 구성 돼 있다.

 

학생용 데스크톱 경우도 마찬가지다. 광주시교육청은 메모리를 2GB DDR2로 대전은 1GB 이상으로만 되어 있다.

 

특히 광주시 교육청은 이미 보급되고 있는 윈도우 OS인 Vista 출시로 컴퓨터 사양이 고급화됨에 따라 이후 Vista 탑재를 대비해 CPU는 C2D급 이상으로, 메모리는 2GB가 필수라고 공지를 한 반면 대전시교육청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또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각 업체에서 8월 20일 이후 제품가격을 인하 할 것으로 알려지자 구매 시기를 20일 이후로 넘겨 고사양의 제품을 저가에 구입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들이 교육청 주변으로 알려지자 광주광역시교육청보다 뒤늦게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왜 저사양의 제품을 고가에 샀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교육주체이자 사용자인 학생들 의견 전혀 반영 안 돼

 

교육청 소식에 밝은 A 씨는 "통상 3월 신학기에 사용할 제품은 2월말 까지만 설치를 하면 되는데 왜 연말에 구매를 서둘렀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전광역시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의 H 씨는 "광주광역시의 사례를 몰랐다"며 "일부러 저사양의 제품을 산 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과학직업정보과의 고위 관계자는 "방학을 이용해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서 방학 전에 구매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교육청 컴퓨터 보급 사업에 참여 했었다고 밝힌 B 씨는 "설치 업체는 따로 있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떨어질 2월에 구매를 결정하고 봄방학 등을 이용해 제품을 설치하면 된다, 설치업체는 따로 있다"며 "특히 교사용 노트북의 경우는 구매를 결정 한 뒤 바로 지급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대전광역시의회 양동일 자문위원은 "컴퓨터의 특성상 최고의 사양이 학생들에게 갈 수 있도록 구매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CAD 등 그래픽을 배우려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좋아야 한다."고 대전시교육청의 구매방식 변경을 주장했다.

 

<대전시티저널>에서 입수한 각 학교의 '컴퓨터기종 선정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지역의 명문고 중 하나인 C고의 경우 회의에 참석한 Y 선생님이 '개인이 금액을 더 부담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하드웨어를 선택 할 수 있냐'고 질의 했으나 담당자에 의해서 묵살 당한 걸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노트북의 성능 향상을 위해 사용할 비용을 외장형 HDD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자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컴퓨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외장형 HDD를 구입 할 필요 없이 그 비용으로 노트북 메모리를 늘려주면 될 텐데 왜 그런 식으로 구매를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교육 주체인 학생들의 학습권 향상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대전시교육청에서 타 지역 사례를 분석 해 교사와 학생의 시각에서 컴퓨터 구입을 결정하고 2월 까지 기다렸다 가격에 맞는 최고 사양의 컴퓨터 기종을 선택 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대전광역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 (위원장 김학원)에서는 22일 개회되는 제171회 임시회 기간 동안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져 교육청의 예산낭비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고 앞으로 개선 될 수 있는 단초를 만들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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