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부주민들 집회에 대전시 “불법이니 설치마라”며 방해

14일 대전 서남부개발 대책위 주민들 10여명은 집회신고를 낸 뒤 대전시청 북문광장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대전시 측에서 이를 저지해 한 시간 반 가량이나 집회가 예정 시간보다 지연됐다.

<대전시티저널 김종연 기자> 서남부권 개발로 인해 거리로 나앉은 대전 유성구 상대동 일부 ‘서남부 철거민 대책위원회’주민들이 14일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준비하던 중 대전시가 ‘불법’이라며 막고 나섰다.

14일 오전 상대동 주민 10여명은 지난 3일 경찰에 집회신고를 마치고 대전시청 북문광장 동쪽 등나무 쉼터 밑에 천막을 차린 뒤 집회를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전시 측은 청원경찰 10여명, 직원 5명 등이 ‘불법’이라며 이를 저지하고 나섰고, 결국 1시간 반가량이나 천막 설치가 지연됐다.

 

“정당하게 집회신고 했다”vs“불법이다”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진 것은 집회시위법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이날 서남부 주민들 중에는 지난 해 10월 대전시청으로 주소를 옮긴 뒤 텐트를 치고 살았던 조성연씨(62)도 포함돼 있었다.

 

대전시가 우려했던 부분은 지난 번 조성연씨 같은 장기적인 투숙이다.

 

대전 둔산경찰서에서도 집회신고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면서 천막을 설치하지 말 것과 정작 설치를 원한다면 시청사의 북문 출입구 앞 게양대 부근에 차리라는 것이었다.

 

조성연씨가 대전시 청원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 청원경찰은 조성연씨에게 친분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말을 했고, 기자에게는 "사진을 찍지 말라"면서 허락을 맡고 찍으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경찰 측이 천막설치를 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 천막설치 여부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위 측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내역에는 준비물 목록에 천막이 기재돼 있었다.

 

“우리도 전기 지원해 달라”

 

서남부 대책위 주민들은 대전시에 전기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시청 측은 이를 거부했고 대책위 오훈씨는 “장애인 단체는 전기도 공급해주고 우리는 왜 해주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책위 측의 요구에 “우리가 준 것이 아니고 거기서 도전(무단전기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장애인단체 측에 법적인 처벌을 요구했거나 사용료를 부과했느냐”고 묻자 대답하지 않았고, 추후에 자치행정과장에게 질문하자 “장애인들이 추운 날 집회를 하고 있어서 편리를 봐주기 위해 시에서 지원해 준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면서도 서남부 대책위 측에는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을 취했다.

 

오훈씨는 “대책 없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하위법인 행정대집행으로 내쫓았다. 사람을 죽으라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훈씨(왼쪽)와 지난 서남부 철거 당시 몸에 시너를 뿌린 뒤 자살을 시도했던 고은우씨(오른쪽)
서남부 철거 이후, 상대동 주민들 어떻게 사나

 

서남부 주민들의 항의에 대해 반대편에서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이를테면 “몇 십억씩 보상받은 사람들이 저런다”, “공고를 이미 냈는데 그 후에 이주해 온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사실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시청으로 주소지를 이전했다가 말소당한 뒤 쫓겨난 조성연씨는 그 동안 찜질방에서 생활했다. 지난 해 말까지는 서구자활후견기관에서 일했지만 이마저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만두게 됐다.

 

지난 해 조씨에 안타까운 사연이 일부 언론사를 통해 퍼졌고, 그가 머물렀던 찜질방의 업주는 이러한 조씨의 딱한 사정을 알고 한 달 사용료 8만 원을 석 달에 12만 원을 받는 것으로 배려했다.

 

이후 조씨는 매일 같이 주위사람들의 도움으로 식사를 해결했고, 그나마도 혼자 있는 날이면 컵라면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다는 것이 주위사람들의 전언이다.

 

철거당시 지붕위에 올라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자살을 시도했던 고은우씨(62)도 이날 현장에 있었다. 그의 사정도 조성연씨와 별로 다를바가 없었다.

 

그는 서남부 철거 이후 철거지역에 마을사람들과 임시로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뒤 연탄난로를 펴고 살고 있다.

 

그의 가족은 모두 3명이다. 그러나 지금 고씨를 제외한 2명은 친척집을 전전긍긍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요즘은 너무 힘들어. 연탄이라도 때니까 망정이지 그나마도 없었으면 아마 얼어 죽었을지도 몰라. 저녁때는 지낼 만 해 그런데 새벽 2시부터 아침까지는 너무 추워.”

 

한편, 이들은 이날 12시 경 결국 천막을 설치하면서 집회에 들어갔다.

 

조성연씨가 대전시의 계속된 저지에 욕설을 퍼부으며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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