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태권도협회, 한 시간 동안 아이들 마룻바닥서 '꽁꽁'

8일 '2007년도 제4차 승품·단 심사'가 열린 대전시 다목적체육관. 승품·단 심사장 입구에 경호원이 배치돼 있다. @사진제공 : 태권도개혁위원회


대전시 태권도협회가 ‘2007년도 제4차 태권도 승품·단 심사’에 수천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예정에 없던 회장 취임식을 약 한 시간가량 진행해 일선 체육관과 학부모들로부터 핀잔을 사고 있다.

태권도 협회 측은 지난 8일 대전시 다목적체육관에서 ‘2007년도 제4차 태권도 승품·단 심사’를 진행하던 중 11시 경 느닷없이 태권도협회장 취임식을 진행했고 난방도 되지 않는 곳에 학생들은 한 시간 가량 앉아 있어야만 했다.

이날 다목적 체육관에서는 약3천여 명의 학생들이 아침부터 승품·단 심사를 보기 위해 모였으며, 주 5일제로 인해 출근하지 않은 학부모 약 1천여 명이 자녀들의 씩씩한 모습을 보기 위해 함께 했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영문도 모른 채 현수막이 바뀌고 오노균 신임회장(충청대 교수)의 소감 뿐 아니라, 김신호 대전시교육감과 대통합민주신당 선병렬 국회의원까지 나와 축사와 격려사 등으로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 내빈소개부터 추대패 전달까지 일반적으로 취임식 행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순서를 빼놓지 않고 한 것이 바닥에서 떨고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했다.

결국 학부모들은 이 같은 행사진행에 사전예고도 없이 진행했다며 각 체육관 관장들에게 항의했고, 일부 학부모는 취임식에 내걸렸던 현수막을 직접 떼어내기도 했다.

이날 승품·단 심사를 보기 위해 온 학생들이 마루바닥에 앉아있다. @사진제공 : 태권도개혁위원회


태권도협회 취임식을 지켜봤던 일부 관장들은 “취임식이 있었다면 협회에서 미리 알려줘서 학부모들에게 공지할 시간을 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선 관장들이 이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많은 욕을 먹었다”면서 협회가 뒤늦게 취임행사를 진행한다고 알려 왔다고 말했다.

지난 달 27일 열렸던 대전시 태권도협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태권도 협회장의 선출이 잘못됐다며 이의를 제기했던 태권도개혁위원회도 회장 이·취임식에 쓴 소리를 내뱉었다.

태권도개혁위원회 문제수 위원장은 “세상 천지에 회장단 임원도 정하지 않고 무턱대고 취임식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이날 태권도협회가 기습 취임식을 감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 위원장은 “회장선출도 불법으로 됐는데도 불구하고 취임식까지 졸속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협회가 언제부터 사설 경호원들을 장내·외에 배치시켰느냐”고 따졌다.

결국 문 위원장은 취임행사 후 마이크를 잡고 항의하려다가 사설경호원들이 이를 저지하고 나섰고 결국 몸싸움을 벌이다가 장내에서 퇴장 당했다.

문 위원장이 운영하는 체육관의 학생들은 이날 지도해 줄 관장도 없이 승품·단 심사를 봐야 했다.

한편, 태권도 협회가 이렇듯 회장선출에서부터 시끄러운 상황을 연출한 가운데 문제수 위원장이 태권도 협회와 대전시 체육회 실무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공개석상에서 3자 대면을 제의할 예정이어서 태권도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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