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약은 없고 상대 흠집 내기만 난무

17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일정이 시작 된 27일 대전에는 여야 유력 후보들이 모여 대규모 유세전을 벌이며 선거 분위기를 띄웠다. 이날 유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각 당 주요 인사들의 지지연설 내용.

 

시간상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국민중심당이다.

 

권선택 사무총장은 27일 오전 대전역 서광장 유세에서 "어느 당 후보는 취업비리, 전입비리, 강사비리 등 그야말로 비리의 백화점을 갖춰놓고 있다."며 이명박 후보를 공격 한 뒤 "어떤 후보는 말만 앞서고 국정 실패를 반성 못하고 있다, 이런 후보에게 나라를 맡겨야 하냐"고 정동영 후보에게 잽을 날렸다.

 

권 사무총장은 "15년 전에 김영삼을 찍었으나 (충청도는) 일 년 만에 토사구팽 당하고 10년 전에는 DJ가 내각제를 미끼로 도와줬지만 배반당하고 5년 전에는 행정수도 때문에 노무현 찍어 줬는데 지금은 어떠냐"며 전, 현직 대통령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류근찬 의원은 "한나라당 대전선대위 발대식에서 충청도 홀대가 심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 말을 듣고 배꼽이 빠져 달아나는 줄 알았다."며 "(충청권 홀대의) 원죄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과 민자당 민정당 아니냐"고 힐난했다.

 

류근찬 의원은 "그 정당을 이어 받은 게 한나라당이고 충청도를 핫바지라고 했다."며 지역 감정을 자극 한 뒤 "(그런 한나라당이) 충청도 홀대론을 참을 수 없어서 정권교체 한다고 하니 얼마나 웃기냐,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고 면박을 줬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류 의원은 ""예결위원 구성당시 충청도 출신 의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수조정소위위원 6명은 모두 경상도 사람들 이었다."면서 "신당은 모두 전라도, 한나라당은 모두 경상도 의원들"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중심당 행사에 뒤이어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한나라당 행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집회에 모습을 잘 보이지 않던 강창희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은 이를 한꺼번에 만회 하려는 듯 "제가 지난 2002년 12월 9일 대전역광장에서 유세하면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가 망한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며 자신이 5년 전에 한 얘기가 거의 맞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강창희 부위원장은 "정권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백하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는 "첫째 무능한 좌파정권이기 때문에 그렇다. 시대에 뒤떨어진 좌파로 경제를 망치고 젊은이의 일자리를 뺏었다. 무분별한 대북지원 탓에 핵무기가 안보를 위협하고 부패한 정권이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

 

"둘째 날마다 집권비리 터져 나온다. 세무비리를 비롯해 각종 비리가 눈을 뜨고 볼 수가 없다. "셋째 국론을 분열 시키는 정권이기 때문에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근거가 있다기 보다는 좌파정권(사실이든 아니든)에 대한 저주에 가까워 제대로 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물론 상대방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보다는 자당 후보의 각종 불, 탈법과 의혹에 대한 진솔한 사과가 먼저 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돌고 돌아서 국민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복 입었으나 도로 열린당이고 정동영은 일을 해 본적이 없어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강 부위원장은 "이회창은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한 정치인으로 정당의 후보가 아니"라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빠질 수 없다.

 

강재섭 대표는 "대선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 누가 나라를 잘 발전시킬 것인가를 봐야 하는데 뒤에서 다리 걸고 야비하게 자빠트려 대통령을 차지하려고 한다."며 "이런 한심한 사람들을 심판해주자."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의 발언은 'BBK 파문'을 연상시키기에 충분 했는데 그의 말 한마디로 거대정당의 유력 후보에 대한 실정법 위반 혐의와 도덕성 검증을 하자는 노력이 '뒤에서 다리나 거는' 형국이

 

강 대표는"20일만 잘 참으면 수 확 할 수 있도록 농사 잘 지었는데 낫하나 들고와서 수확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무소속의 한나라당식 표현인 '새치기 후보'로 통칭되는 이회창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자기 혼자인 나 홀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서 안 된다."며 "정당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 기득권'의 논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강재섭 대표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정당이 아니라 잡탕"이라며 "몇 번간 정당 이름을 바꾸고 또 바꾸자고 난리를 치는데 그런 정당이 대 통령을 뒷받침 할 수 있냐"고 되물은 뒤 "우리도 10년 전에 이름 바꿔서 출발했는데 제일 먼저 당 대표 총재 하던 분이 탈당 했다. 정말 배신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웃기는 것이 뒷다리 걸어서 이기려고 했는데 검찰 수사해도 별거 없으니까 어제는 김근태라는 선대위원장이 자기들 지지율이 10%밖에 안 된다고 국민들 노망들었다고 말했다. 그 사람 노망든 사람 아니냐."며 "그 당 후보는 몇 년 전에 노인들 집에 가라고 했다. 정말 노망든 후보와 정당을 이번에 물리치자."고 말해 검찰에서 발표 할 것이 없게 만들기도 했다.

 

다시 자리를 옮겨 오후 2시 대전역 서광장. 오전에 심대평 후보가 데워놓은 자리에 모인 신당 후보와 당 지도부도 '피차일반'이었다.

 

박병석 대전시당 공동위원장은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명박은 기네스감"이라며 "오죽했으면 경선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벗겨도 벗겨도 끊임이 없는 양파와 같다고 하냐. 경선이 끝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그 비리가 더 깊어지는 이명박 후보야말로 유전자 번형의 양파가 아니냐."고 공격했다.

 

박병석 공동위원장은 "부패의 끝이 보이지 않는 분을 여러분의 운명을 맡기는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하냐."고 역설했지만 정책이나 공약을 내 놓지 않고 상대방 깎아 내리기에만 열중 한 건 매한가지고 '대선 20일전 집권여당 후보 15% 지지율'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의 '뭘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는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지적이 돋보일 정도였다.

 

이해찬 전 총리는 특유의 독설로 상대방을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명박 후보가 위장취업, 위장 강사, 위장 증언, 땅 투기 했다는 거  세상이 다 아는 것"이라며 "위장을 다른 말로 하면 가짜고 빨리하면 짜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짜가 후보를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만들 순 없다. 진짜는 뭐냐 진짜가 두개 있는데 이명박 후보의 부인이 가지고 다니는 천만 원짜리 핸드백은 진짜다. 그런 가짜가 진짜를 가지고 다니면 진짜도 가짜가 된다."고 말해 청중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명박 후보는 특검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권력과 정권이 자기를 죽인다고 했고 검찰총장 임명하지 말라고 했다. 비비케이 소유주가 곧 드러난다. 대선에 등록한 공직자 재산도 허위라는 게 드러난다."고 말하며 '이명박 특검'을 주장했다.

 

'국민 노망'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김근태 전 의장도 '김경준'을 방패삼아 이명박 후보 때리기에 나섰다.

 

김근태 전 의장은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이명박 후보가 부패한 거 안다."며 "김경준의 말보다 이명박 말 믿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김 전 의장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여러분의 아들딸들에게 어떻게 가르치겠냐."며 "정직하라고 가르칠 수 있습니까, 대통령되려면 정직하라는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의 말을 곱씹어 보면 'BBK 사건'이 이명박 후보와 아무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으면 정권을 그대로 상납할 것처럼 들린다. 김경준이 귀국 안 했으면 어떻게 선거를 치렀을까 궁금해지기 까지 하다.

 

이처럼 각 당 후보들은 각종 국책사업 유치 실패로 살맛이 안 난다는 대전 시민을 위해, 체감경기가 영하권으로 떨어진지 한참인 대전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나 약속은 하나없이 '지들끼리' 욕을 하느라고 하루해를 다 보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국민들은 달을 가리키는데 계속 손가락만 콕콕 찌르고 있는 정치인들이여,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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