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정치학박사)
올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시행령)을 놓고 일부 지방의회에서 반발하고 있다. 주장의 핵심은 지방의원은 행동강령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절차상 의견수렴의 부재, 이중규제, 자율권침해 등이다. 독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언론에 비친 지방의회측의 주장 중심으로 해명코자 한다.

◆지방의원은 공무원이다
지방의원은 엄연히 공무원으로 관련법에 따라 공무원행동강령 적용 대상이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모든 공직자(공무원+공직유관단체 임직원)가 행동강령을 제정·이행토록 돼 있다. 또 지방공무원법(제2조)상의 공무원의 구분은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지방의회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으로 명기돼 있어 지방의원은 ‘선거로 취임한 공무원’에 해당된다. 지방공무원복무규정(제8조)의 공무원 범위에도 ‘지방의회의원’이 분명히 들어 있다.

행동강령의 내용은 ‘부패방지’가 핵심이다. 이 행동강령 업무는 자율적인 지방고유 사무가 아니고 전국적으로 통일성과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할 국가사무다. 입법 사법 행정 중 행정부만이 부패방지에 나서서는 안 되는 중요정책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법원은 물론 헌법기관인 감사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각각 행동강령을 운영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에서는 상세한 행위기준을 담은 ‘국회의원윤리규칙 제정안’이 현재 국회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선출직 지자체장인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도 현행 공무원법에 따라 행동강령이 적용되고 있다.

◆의견수렴 거쳤다
각종 법률과 규정을 제정함에 있어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원 행동강령 제정을 위해 국민인식도조사와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같은 의견 수렴과정에서 지방의원들의 청렴정도가 낮게 나타났고 지방의회들도 행동강령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공개토론회에는 광역의회 대표격으로 경기도의회, 기초의회 대표격으로 양천구의회, 그리고 시민단체로 경기시민포럼 전문가 등 150 여명이 참석했다.

◆이중규제가 아니고 상호보완 관계
지방의회마다 조례로 정한 ‘의회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을 보면 대부분 추상적·선언적이고 구체적 실행 절차가 미흡하다. 약간의 표현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의원으로서 품위를 충실히 유지한다’, ‘~에 공정성을 의심받는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 ‘~시민의 명예를 고양시키기 위하여 항상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등과 같이 세부적으로 실천기준이 없다.
이를 보완해 제정한 행동강령은 인사청탁 금지, 여비·업무추진비의 용도규정 준수, 이권개입 금지, 직무와 관련 금품·향응 수수금지 등과 같이 부패행위 예방을 위해 명시적으로 행위기준과 이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 기준은 중앙 및 지방공무원은 물론이고 정무직과 선출직 공무원 행동강령에도 공히 들어 있으며 위반시 징계 처벌을 받고 있다.

◆심의·의결과 감시·견제는 분리돼야
행동강령 제7조는 ‘의회 활동 시 상임위원회 혹은 특별위원회에 속한 의원은 직무와 직접 관련이 있거나 친족과 이해관계인인 경우에, 심의·의결을 회피’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의회활동 범위를 제약하고 전문지식과 경험 활용을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반발하는데 그렇지 않다. 만일 행정사무 감사·조사대상 업무의 집행·결정 과정에 지방의회 의원이 직접 참여할 경우 견제기능이 무력화 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주택부지선정 음식점허가 도시계획용도변경 같은 인허가 심의·의결회의에 신청인과 친족(이해)관계인인 지방의원이 들어갔다면 공정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것이다. 설령 공정하게 심의·의결했다 손치더라도 국민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의정감시와 견제란 지방의회 고유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는 권력분립 원칙에도 벗어난다. 국회의원도 행정부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없다. 의원의 전문성은 집행업무 참여보다 본연의 기능인 감시·견제에 활용될 역량이다. /김덕만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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