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인 이경민 약사님으로부터 올 초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님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빈들교회 남재영 목사님 부부와 함께 그 영화를 보았다.

인제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이태석이란 의사가 신학을 공부하고 카톨릭 사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성공이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고행의 길인 성직자가 되었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이야기도 없고 영화로 만들 소재도 찾기 희망진료센타 힘들다. 그 다음부터가 왜 한 사람의 삶이 영화가 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신학생시절 방문한 아프리카 수단의 모습을 보고 하나님께서 사제가 되면 이곳으로 인도하신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사제 서품을 받은 후 곧바로 남 수단 톤즈라는 마을로 가서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보호자가 되어 주었다.

그의 사역내용을 보면 한센병 환자 마을을 찾아가 그들을 치료해 주고, 학교를 세워 내전으로 희망을 잃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무료병원을 세워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으며, 젊은이들에게 총 대신에 악기를 가르쳐 브라스밴드를 조직하여 메말라 가는 정서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이렇게 그는 내전으로 기아와 질병으로 버려진 톤즈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이다.

그가 잠시 짬을 내 고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지인들의 도움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장암 말기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치료시기가 훨씬 지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갖고 톤즈로 돌아가기 위해 1년여 기간 동안 투병생활을 했지만 올해 1월 그는 48세의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태석 신부, 그의 삶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향기가 될 수 있음을 충분하게 보여 주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은 이기적인 삶에 물들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진한 향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한센병 환자와 함께 살아간 그, 내전의 상처로 찢겨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인술을 베풀고, 미래 세대를 향한 학교 교육을 실시하고, 절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삶이었다.

감히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나에게 많은 교훈을 준 영화였기도 했다. 10년 전 벧엘의집을 시작하면서 나 또한 비슷한 꿈을 가지고 시작했다. 가난하기에 절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찾아 주고, 무관심과 냉대에 주눅 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회복시키려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것을 내려놓지 못하고 살던 나에게 내려놓음의 표본을 보여 주었다. 벧엘의 10년이 나를 무사안일하게 만들고 타성에 젖도록 했는데 이 영화가 저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있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 같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초심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며 이것이 꿈의 전부라고 했던 나약함을 반성하며 앞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였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한 인간의 삶이 꽃이 될 수 있는 모습과는 정반대로 한 영웅의 꿈이 그 영웅이 떠나면서 꿈은 무너지고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이태석 신부가 떠난 톤즈의 모습은 상실과 절망의 모습 그 자체였다.

진료소 문은 굳게 닫혀있고, 교실 책상위에는 먼지만 뿌옇게 쌓여 있고, 브라스밴드의 악기도 한쪽 구석에 쌓여 있었다.

그 분의 삶에 향기가 있다면 그 향기가 확산되면 안 되는 것일까? 그저 한 사람의 꿈으로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인가?

몇 년 전에 야베스공동체를 시작하면서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다”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사회를 향한 꿈을 함께 꾸자고 말한 적이 있다. 이태석 신부님의 꿈을 다른 사람들이 함께 꾸면 안 되는 것일까?

그가 없다고 해서 지원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진료소야 의사가 없으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학교나 브라스밴드 등 다른 일들은 그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신부님을 잃고 울고 있는 톤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희망을 잃어버린 톤즈 사람들에게 누군가 제2의 이태석 신부님이 있어야 한다. 혼자 못하면 조금씩 나눠서라도 톤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으면 한다. 제2, 제3, 제4 신부님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연대해서 구석진 그늘에서 허기지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울지마! 톤즈.....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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