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지방보훈청 총무과 오경옥
꺾이지 않을 것 같은 무서운 기세로 연일 더위가 계속되더니, 갑자기 며칠 사이 아침저녁 쌀쌀함에 옷깃을 여며야 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런 까닭인지 연로하신 국가유공자분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많아지고 있어 애석할 따름이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국군의 날(R.O.K. Armed Forces Day)은 대한민국 국군의 창설을 기념하며, 국군의 위용을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리고 장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현재의 국군의 날은 과거의 육군의 날(10월 2일) 공군의 날(10월 1일) 해군의 날(10월 11일)을 하나로 합쳐 1956년에 제정되었다. 10월 1일을 제정한 이유는, 1950년 6.25전쟁 때 동부전선에서 육군 제3사단이 앞장서 38선을 돌파, 진격한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것이다.

이 날은 군과 국민이 하나가 되어 국민들 앞에 사열․시범 전투 등 각종행사를 펼쳐보이며 서로 하나가 되고 국민에게 군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확인시켜주고 국민은 군인들의 노고와 희생에 대한 감사와 격려를 해주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10월 1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다. 그것은 바로 국가보훈처에 임용된 날이기도 하다.

1993년 10월 1일 처음 입사하여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전에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욕설과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 먼저 익숙해져야 했다.
아침부터 찾아와 아무 이유없이 직원들에 짜증을 부리시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시던 분들..
또한 특별한 잘못도 없는데 그 분들이 하는 데로 다 받아줘야 하는 사무실 분위기가 어린나이로서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분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싹터 무의식중에 퉁명스런 말투와 찡그린 인상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면서 철없이 굴었던 나의 행동들이 얼마나 바보같고 어리석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분 한분 대하다 보니 그 분들의 아픔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미워서 괴롭히려고 그런게 아니란 걸 말이다. 그저 그것이 그 분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6.25전쟁 60주년이 흐르는 동안, 그 분들에 대한 예우와 보상이 나아졌지만 내가 입사했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그분들이 생각할 때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불편한 몸으로 가장의 역할을 감내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고, 그분들에 대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아마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분들은 잘 이해해 줄 거라 믿는 보훈청에 와서 그 분들의 대화법으로 넋두리를 하신 것이다

이젠 그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며 호령하시던 분들이 이젠 백발이 되어 힘없이 사무실을 찾아오셔서 지난날 당신들의 행동에 미안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럽다.

6.25참전유공자분 중, 이미 많은 분들은 세상과 이별을 하였고, 이제 생존해 계신 분들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게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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