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2.25%로 동결했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외 불확실성이 이유였다.

통화당국이 금융위기 때 푼 과잉 유동성을 거둬 들이는 '출구전략' 보다 당분간 주요국들의 경제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과 초저금리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 기준금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가 뚜렷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고 있어 남은 3개월 이내 추가 인상을 단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홀로 강세' 속 대외 불확실성 고려

한은은 이날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세 둔화 가능성, 유럽국가 재정문제 등이 성장의 하방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부의 동반 악재가 자칫 국내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도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가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음을 냈다.

지난달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 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최근 미국은 주택시장과 고용 등을 중심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유로존의 재정위기 우려도 부각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엔화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비록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나 홀로 강세'라는 점이 인상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대외 변수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외부 불확실성이 큰 만큼 거시 차원에서 신중한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각국에서 경기부양책들이 나오는 상황이니 좀 더 지켜본 뒤 인상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내 추가인상 할까

금통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5%대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 2.0%까지 낮췄다. 이후 16개월 동안 묶어두다 지난 7월에야 2.25%로 인상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달 금리 결정과 관련해 '징검다리 인상'을 점치는 쪽이 더 많았다. 근거는 국내 경기의 우수한 성장세였다. 올해 들어 수출호조, 소비증가, 제조업 성장, 고용사정 민간부문 중심으로 개선추세 등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수 총재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시장에서 이를 '금리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인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이제는 올해 남은 세 번의 금통위 회의 중 과연 언제 인상카드를 꺼내들 것인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연내 인상이 어렵거나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고 우리 경제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 추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인상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인상 폭도 0.25% 수준일 것으로 점쳐진다.

김 총재는 이날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적정금리를 4.25%로 제시한 것과 관련, "세계 국가들이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우리 경기회복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든다면 그것(4%대)이 맞다"며 "다만 빠른 시간 내 그 수준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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