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부서장 역할 지시사항’ 문건 공개..."메일 내용 수집하라" 등

한남대가 극과 극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교수협의회가 이상윤 총장이 각 부서장들에게 메일 내용을 수집해 법무 담당에게 일일이 전달하고 불법적, 명예훼손성 게시물 게시자에 대해 경고문 발송 및 핸디(전자문서시스템)계정을 박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나서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신운환 교수(법과대학)는 10일 이메일 등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하면서 “7월 경 학교 당국자가 이상윤 총장의 지시 사항을 정리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이 자료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교의 각 부서장들에게 학교상황에 따른 부서별 대처방법을 지시한 것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학술정보처장에게 교내전산망관리 규정의 제정 및 개정(처벌 조항 삽입)하고 모든 게시물 및 메일 내용 수집해 법무 담당에게 일일 전달하며, 불법적, 명예훼손성 게시물 게시자에 대한 경고문 발송 및 핸디(전자문서시스템)계정을 박탈하라는 내용이었다.

또 학생복지처장에게는 학생선동자에 대한 소환 경고 및 일일 보고, 학생들에게 진술서 확보, 학내 성희롱 등 학생 관련 무질서에 대한 일일 보고, 사범대 학생 가운데 교협 동조자 개별 면담 및 일일 보고, 총학생회 및 학생 자치기구 등 대상으로 활동 강화계획 제출, 처장 외유 금지 등이다.

사무처장에게는 현수막 설치 즉시 철거와 불법적 현수막 게시자에 대한 경고 및 처벌 방안 마련, 철저한 직원 근태관리 및 일일 보고, 학기 중 인사조치, 경리팀 학생지원비 자료 유출자 색출 및 징계조치 등이다.

교무연구처장에게는 ‘신운환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과 이필영 법적 검토 및 조사위원회 구성 준비, 사범대 학장 문제 대안 강구다.

대회협력처장에게는 사진 및 비디오 촬영 일일 점검 및 보고, 언론기자 관리 및 기자회견 준비, 연구비 관리 등에 관한 모든 규정 재검토, 검찰 처분결과에 대해 규정 위반임을 전 구성원에 공지하는 등의 지시사항이 적혀있어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운환 교협회장은 설명 자료를 통해 “한남대의 메일 계정은 물론 전자문서시스템의 편지 내용을 학교당국이 모두 보고 있었다”며 섬뜩함마저 느낀다고 표현하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을 지지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핸디계정 박탈과 관련해서는 “군사독재 정권시절에도 대학은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했으나 대학의 가장 민주적인 기능을 통째로 말살했다”며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조차 원천봉쇄해 버리려는 속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이 문서가 이상윤 총장이 직접 손을 댄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내 전화번호 안내도. 여기에도 법무담당자의 전화번호는 나오지 않았다.


법무담당에게 내린 지시사항에는 누군가 펜으로 ‘4) 기획처소속. 사무처장 협조’라고 써 놓았으며, 신운환 교수협의회장은 이 필적이 이상윤 총장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제부터 한남대에 법무담당자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조직표에도 없는 특수 비밀요원이라도 된다는 것이냐”고 꼬집으면서 “고시원을 관리하는 직원을 총장 임의대로 기획처에 소속시키며 원칙도, 개념도 없는 인사를 단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따졌다.
이 같은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자 학교 당국은 답답하다는 듯 입장을 밝혀왔다.

대외홍보팀장은 “최소한 우리 직원들(홍보팀)은 그러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누군가 작성을 했다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일 계정에 대한 확인 내용에 따라 학술정보처장에게 사실을 확인하려 했으나 오후 5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어서인지 처장실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며, 각 부서처장들과도 통화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학교 관계자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교수협의회 측에 '불법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큰 파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운환 교수협의회장이 입수해 폭로한 문서의 첫 페이지

두 번째 페이지. 전체 문서가 워드작업이 됐으나 중간 부분에 누군가 펜으로 직접 쓴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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