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자활공동체인 희망의집에서 생활하시던 백 0 0 아저씨가 수술을 받고 선병원 중환자실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저씨의 면회를 갔었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는 아저씨의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면회를 마치고 담당의사로부터 아저씨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아저씨의 병명은 십이지장 천공이고, 수술은 잘 되었지만 현재 혈압이 너무 낮고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지병이 있어 호전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십이지장 천공이 생긴 원인에 대해서도 딱히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다발성경화증 치료를 복용하는 신경과 약이 위 벽에 무리가 많이 가고 이 약으로 인해 간혹 천공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되었지만 수술 경과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번 수술로 아주 천천히 진행되던 다발성경화증이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의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래도 잘 견뎌 왔는데 지병이 악화된다면 이 분에겐 한 가닥 남았던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가닥 희망이라도 생긴 것이 기적과 같은 것인데 희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다니...

이분에게 한 가닥 희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야베스공동체에 취업을 하면서부터다. 그래서 그 첫 단계로 쉼터인 울안공동체를 떠나 자립의 시작점인 희망의집으로 이사를 하신 것이다. 이사를 며칠 앞두고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쉼터 식구들이 모여 월드컵 축구를 응원하는데, 그 자린고비가 선뜻 치킨을 쏘시면서 흥겹게 축구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희망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아저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놔야하는 절망의 시작점이었다. 그 당시 천안에서 막노동을 하며 사셨는데 갑자기 다리에 감각이 무뎌지고 걷기도 불편하여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어도 호전되지 않아 병원에 갈 돈은 없고 하루하루를 견디다가 대전에 무료진료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진료소를 찾아오셨다. 처음 만났을 때는 병세가 그리 심하지도 않아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사 선생님의 말에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간은 걱정이 되었지만 뭐 큰 문제가 있으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정밀 진단을 위한 약속을 하고는 다시 천안으로 가셨다.

정밀진단 결과가 나왔는데 상상도 안했던 희귀난치성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이라는 것이다. 이 병은 신경조직이 서서히 석회화 되어 굳어가는 병으로 근본적인 치료는 없고 석회화 되어가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천안을 떠나 울안공동체 입소를 하게 되었다. 입소 후 몇 개월은 급격히 나빠지는 듯 했다. 걷는 것도 예전 같지 않아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1년 정도 지나서는 급격히 진행되던 병세는 멈춘 듯 서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 분의 소망은 건강이었다. 매년 송구영신 예배 때마다 한 해의 소원을 비는 시간이 있는데 그 때마다 건강을 기도했다.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서서히 진행되던 병세가 멈춘 듯 보였다. 이 후 야베스공동체 세탁사업부에 취업까지 하게 되었다. 몸이 불편하여 다른 일은 못하지만 그래도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다림질을 시작한 것이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그럭저럭 다림질에도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희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분의 희망은 다른 것이 아니다.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는 것이었고, 후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굳어오면 그동안 모아온 돈으로 유리공예점을 여는 것이었다.

이 분에겐 남다른 손재주가 있었다. 사무실에도 그 분의 작품이 몇 점 있는데 야베스공동체에 가시기전 울안공동체에서 종이학의 전설처럼 건강을 염원하며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학도 만들고, 연필꽂이도 만드는 등 다양한 종이공예 작품을 만들었다. 그래서 선물도 하고 사무실에 진열도 했었다.

올 해 세탁사업부에서 소박하지만 희망을 찾았는데 자칫 하면 그 희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만든 희망인데 그것을 포기해야 하나.... 그래도 희망만은 포기하지 말아야겠지. 다행히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고 한다. 다발성경화증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급격히 진행되지도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아저씨 힘내세요. 계속 희망가를 불러야지요.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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