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노숙으로 시작된 벧엘의집 사역이 11째를 맞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벧엘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처음 단순한 거리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숙식이 해결되는 울안공동체, 신용불량 해결이나 말소된 주민등록 복원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하는 희망지원센타,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 받지 못했던 각각의 질병으로부터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료진료소인 희망진료센타, 단순한 지원과 연계를 넘어 자활의 근거를 마련하는 생산공동체인 사회적기업 야베스공동체, 좌절의 긴 터널을 지나 당당히 자활로 나가는 주거지원사업인 울이공동체 등등 나름의 체계를 갖는 빈민을 위한 종합적인 대안 공동체로서의 밑그림을 거의 완성해 가고 있다.

이것이 벧엘사역의 10년의 결과라면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벧엘사역을 영역별로 나누어 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자리 잡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울안공동체를 보면 정원이 40명인데 공간은 40명이 생활하기엔 턱없이 협소한 공간에다가 실무인력도 고작 상담원, 관리원, 취사원이 전부여서 입소하신 분들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저 숙식이 제공되는 합숙소 수준이다. 희망지원센타도 마찬가지로 아저씨들의 요구사항은 많지만 다양한 분야의 행정지원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대전역 거리급식도 변변한 급식시설 하나 없이 빈들교회의 조리실을 이용하고 있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었다고 하는 희망진료센타도 아직은 2% 부족한 모습이다.

처음 희망진료센타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변변한 공간도 없이 청진기 몇 개로 시작된 것이 현재는 웬만한 검사기기, 물리치료기기, 치과진료를 위한 유닛체어 등 진료장비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응급환자를 위한 입원시설 및 약값의 안정적인 확보가 어려워 늘 후원의 손길을 기다려야 한다.

생산공동체인 야베스공동체도 지금까지 노하우로 노동부의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지만 아직은 확실하게 자립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렇게 전체를 놓고 보면 나름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동참으로 처음 대전역에서 출발한 벧엘의집이 겉보기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각각의 사역을 세밀하게 뜯어보면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불안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공간 확보를 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벧엘의 모든 공간은 매달 월세를 지급해야 하는 임대 사무실들이고, 비록 월세를 지불하는 공간도 한 건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공간 확보가 필요한 곳이 울안공동체이다. 울안공동체는 벧엘의 모체이기도 하다. 동시에 공간문제에 있어서는 가장 열악한 곳이기도 하다.

구청으로부터 사회복지시설 인가를 받으면서 다행히 노숙인 관련시설은 법정기준을 갖추지 못해도 조건부로 시설인가를 했기에 간신히 사회복지시설로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법정 기준을 갖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중에 교단본부의 지원과 남부연회 희년 기념사업으로 벧엘의집을 위한 건물을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하던 중 여러 가지 문제로 좌절되고 그 뒤로도 건물을 임대하여 기준을 갖추어보려고 했지만 자금부족으로 지금까지 40여명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울안공동체를 갈 때마다 울안식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콩나물시루같이 협소한 공간에서 40여명이 생활하느라 얼마나 불편할까? 그럼에도 불편한 것이 없냐는 제 질문에 괜찮다고 하는 그 분들의 대답이 고맙기만 하다.

법정시설 기준도 갖추지 못한 쉼터, 한 방에 10여명 이상이 지내야 하고, 화장실도 한 개밖에 없어 아무리 급해도 기다려야 하는 등 모든 것이 불편할 것이다.

좋은 시설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백방으로 공간이전을 위해 애를 써보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전부이다. 하루빨리 내 기도에 응답이 있길 오늘도 기도한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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