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캄보디아행에는 또 하나의 작지만 큰 계획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계속되어진 일회성 진료봉사를 넘어 상시적인 진료활동을 위한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였다. 그래서 1단계로 지난해 현지인 초청 워크샾을 진행했고, 이번에는 지역조사와 현지 실무자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캄보디아 방문단 중의 일원이었던 캄퐁츠낭 도읍에 있는 진리교회 인 후완 목사의 딸인 나빈 양을 만나는 것이었다.

후완 목사님에 의하면 나빈양이 의대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깜퐁츠낭의 선교단체에서 활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과, 현재 딸에게 보내는 학비를 부담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기에 이번 일정 중에 나빈 양을 만나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능하면 학비를 장학금 형식으로 우리가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미리 윤종철 선교사를 통해 나빈 양을 이번 일정의 통역 팀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여 만나는 것이었다.

첫 진료지역인 폼마폼몽 마을에서 나빈 양을 만나 우리 계획을 설명하고 향후 실무인력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타진했다. 나빈 양이 다니는 의대는 말레시아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직업학교에 있는 4년제 의과대학이었다.( 우리나라의 의대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났다) 이곳을 졸업하면 의사 자격시험을 보게 되는데 통과하면 개인 클리닉을 개원할 수 있는 의사가 아니라 보조로 일할 수 있는 보조의사가 된다고 한다. 약간은 알쏭달쏭하지만 그리고 2년을 더 공부하게 되는데 그때 가서야 내과, 외과 등 진료과목을 선택하여 공부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정식 의사가 되어 캄보디아 내 의사로서 활동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2년제 학교는 학비가 비싸다고 한다. 나빈 양의 말을 들으면서 캄보디아 대학과정이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빈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캄보디아 교육제도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캄보디아 교육제도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캄보디아 교육제도는 대학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와 비슷했다. 먼저 초등학교 (바토머석사)는 6년 과정으로 되어 있는데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마치면 Certificate를 준다. 이때 졸업시험을 보는데 시험은 주(Province) 마다 문제를 내서 치르게 한다. 다음으로 중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데, 중학교(아눗뷧찌어라이)는 3년 과정으로 이 과정을 이수하면 또 졸업시험을 본다.

이 시험은 캄보디아 교육부에서 출제, 주관하는데 시험에 통과하면 Certificate를 주고, 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 있게 한다. 고등학교(뷧찌어라이)도 3년 과정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잘 이수하면 시험을 치는데 교육부에서 출제, 주관한다. 이 시험은 매우 중요하여 우수한 성적을 얻은 학생은 대학교를 선택 할 수 있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은 Diploma를 받고,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은 졸업은 하지만 디플로마를 받지 못한다. 대학교(사꼴뷔찌어라이)는 4년 과정(학사 디그리)과 2년 과정(석사 디그리)으로 되어 있다.

대학의 경우 국립 대학교는 Royal University of Phnompenh(로얄 프놈펜 대학)를 포함해서 10개 정도 있다. 특이한 것은 단과대학을 하나의 독립된 대학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즉 종합대학교 안에 단과대학이 있어 하나의 총체적인 운영체계를 가진 한국과 달리 각 단과 대학이 각 부처의 소속으로 정부의 각 부처가 관리 운영한다. 예를 들어 의과 대학은 보건부의 관할로 보건부(Ministry of Health and science)가 관리 운영하고 사범대학은 교육부가 관리하고, 기타 다른 대학은 다른 정부 부처가 관리 운영한다.

Royal University of Phnompenh은 종합대학이란 뜻인 “사꼴뷔찌어라이”라고 불리는데, 두개의 단과 대학( 마하뷔찌어라이 라고 불린다)과 외국어 학부를 합한 것이다. 자연과학대 (Science)에는 생물학, 화학, 컴퓨터, 환경과학, 수학, 물리학과가 있고, 인문사회과학대(Social Science &Humanities)에는 지리학, 역사, 크메르어 크메르문학, 사회학, 심리학, 미디어 통신학, 관광학, 언어학과가 있다. 외국어과(institute of Foreign Language)에는 영어, 불어, 한국어와 일본어도 강의 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을 위한 크메르어 강의가 진행되어 많은 외국인들이 배우고 있다.

Nation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는 보건부 관할로 Doctor, Pharmacy, Dentist 세 단대로 되어 있는데, 예과는 1년, 본과는 5년이며, 인턴 레지던트는 2년이다.
간호대학 (Nursing School 살라뻬잇)은 3년 과정이며, 전국에 4개 정도 있다. 캄퐁챰, 바탐봉, 프놈펜, 스떵뜨레잉 주에 있는데, 과정을 모두 마친 학생들은 시엡립에 있는 정부 병원에서 1개월 훈련과정을 밟는다. 이 과정을 마친 후에는 졸업시험을 친다. 졸업자 중에서 공부를 더하고 싶은 학생들은 프놈펜에서 1년을 더 공부하여 산파(Mid Wife)가 된다. 의대와는 분리되어 있는데 이것은 간호사를 배출하는 기관이지만 학사 디그리를 주지는 않는다.

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Faculty of Pedagogy) 여기에는 두 가지 학교가 있다. 한국에서 말하는 사범대학과 교육대학과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될 것이다. National Pedagogy Institute (사범대학)는 3년제로서 고등학교 교사 배출 하고, Phnompenh Pedagogy College (교육대학)은 2년제로서 초등학교, 중학교교사를 배출한다. 캄퐁솜, 다케오, 껀달, 바탐밤 등 거의 모든 지방에 하나씩 2년제 교육 대학이 있다. Royal University of PhnomPenh을 졸업한 학생들이 교사를 하기를 원하면 다시 사범대학에서 1년 과정을 더 공부해야한다.

그 외 국립대학은 Royal University of Fine Arts, Faculty of Law and Economic Sciences, Royal University of Agriculture, National Institute of Management, Institute of Technology of Cambodia, Moyarishi Vedic University (located in Province) 등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국립대학은 프놈펜에 있고(프놈펜에 10개 &쁘레이베잉이라는 지방에 1개) 정부의 각 부처에 각각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립대학(Private University)이 있는데 모두 24개가 있다.

학비는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는 수업료가 없다. 그러나 실제, 학교를 다니려면 일년에 $2.5(10,000리얼)정도를 낸다. 그 외 시험을 볼 때마다 시험지 값을 내야하고 운동장에 세워 놓는 자전거의 주차료도 내야 하는 등 공식적으로는 수업료가 없지만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다고 한다. 프놈펜 대학의 경우 학비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Scholarship students와 Non Scholarship Students 로 나뉜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고 있는데, 졸업고사에서 획득한 점수에 의해서 장학금액이 결정된다.

전액 장학생, 부분 장학생과 학비를 전액 자부담하는 학생이 있는데, 1년에 해당과에 따라서US$200내지 US$450 정도의 학비를 낸다. 나빈의 경우에도 학비는 무료이지만 기숙사비와 기타 경비가 약 US$50정도 들어가는데 그것을 감당 하는게 힘들다고 아버지인 인 후완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위의 내용으로 본다면 나빈양이 다니는 의과대학은 사립대학으로 이곳을 졸업하면 다시 국립대학에서 2년을 공부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다.

현재 나빈양은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졸업하면 프놈펜에 가서 2년을 더 공부한 다음에 NGO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근무하고 싶다고 했다. 나빈처럼 캄보디아 젊은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졸업 후 선호하는 직장이 NGO에서 근무하는 것이라고 한다.(캄보디아는 NGO단체가 많고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다) 그래서 우선 나빈 양에게 기숙사비 전액과 약간의 생활비 등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졸업 후에 가능하면 캄퐁츠낭에 서로 협력하여 NGO단체를 설립하여 상시적인 의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라기는 이것이 나빈 양의 미래를 규정하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학금을 지원했으니 꼭 우리가 만드는 기관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의 미래를 꺾어 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빈 양을 시점으로 캄보디아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를 키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기에 더욱 확대해 나갔으면 하는 한다. 캄보디아 국민 대부분이 빈곤층이라면 아무리 공부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뒷받침이 없어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캄보디아는 우리나라 부모들처럼 교육열이 높지도 않다. 그러기에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경제적 여건이 안 되어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캄보디아를 책임질 인재를 키우는 일도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나빈 양의 시도가 우리 활동의 또 다른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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