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봉사 팀에는 지금까지 진행된 단기적인 의료봉사활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캄퐁츠낭 일대 생활실태 및 의료 현실에 대한 지역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희망진료센타 공중보건의사 외 1명으로 지역조사 팀을 구성하였다.

CDHS(Cambodia Demographic and Health Survey) 2005년 자료에 의하면 아동에게 있어서 급성 호흡기 감염, 열, 심한 설사에 의한 탈수와 같은 치료가 가능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되지 않아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내용을 토대로 보면 지금까지 실시된 의료봉사가 급성 질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고, 우리의 활동이 제공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수혜를 받는 사람들의 의지와 욕구와는 무관하게 제공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와 반성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욕구와 눈높이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지역조사를 해 보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캄퐁츠낭 지역에 수차례 봉사활동을 다녀왔지만 같은 마을을 2회 이상 간 곳은 두 곳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감기나 설사, 위장 질환 등 급성 질환에 대해서는 치료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계속적인 치료는 불가능 했으며, 예방적 차원에서 구충제나 영양제를 나누어 주었어도 그 효과가 그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비록 같은 지역을 가더라도 우리가 만나는 환자는 늘 새로울 수밖에 없어 처음 내부에서 제기되었던 일회성 진료는 자신이 봉사했다는 경험에 만족감을 줄 뿐 그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 되었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상설 진료센타를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상설 센타를 세우면 어느 지역에 세워야 캄퐁츠낭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지,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그 나라 의료 현실과 시스템은 어떤지, 그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의료 문제는 무엇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센타는 어떤 형태인지 등등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럼에도 희망진료센타가 깜퐁츠낭 지역에 상설센타를 세우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지난해부터 단계별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센타 설립에 대한 가능성 타진이었다. 그래서 진료 안내를 해 주시던 캄퐁츠낭 도읍에서 목회하시는 인 후완 목사님(인 후완 목사님은 캄보디아 외과의사로 캄퐁츠낭 도립병원의 외과 자문의로 활동하고 계심) 등을 초청하여 상설센타에 설립에 대한 토론을 했었다. 그 결과 상설센타 설립을 간절히 희망했으며 행정적 지원도 약속했다. 또한 상설센타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 인력에 관한 것도 현재 후완 목사님의 따님인 다빈 양이 현재 의대 2학년인데 앞으로 센타를 세우는데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되었다.(그래서 이번 방문 중에 다빈양과의 면담이 있었고 향후 학비 및 생활비를 장학금 형태로 지원하기로 약속함)
그리고 두 번째 단계로 아주 초보적이지만 캄퐁츠낭 생활실태와 의료실태 등 지역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번 실태 조사가 향후 센타 건립에 중요한 자료가 되겠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이번 실태 조사의 범위나 질적인 측면에서는 우선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했다. 우선 이번 실태조사의 목적을 지금까지 진행된 의료봉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마을 실태와 욕구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아주 표면적이지만 초보적인 실태파악을 하는 것과, 캄퐁츠낭 지역의 공공의료체계와 의료현실을 대략적이나마 파악해 보자는 것이다.

조사 방법으로는 공중보건의사와 사회복지사가 마을을 다니며 개별 면담을 실시하여 파악하고, 의료현실에 대해서는 Health Center에 가서 의료인을 만나 면담하고, 진료 챠트를 분석하는 것으로 했다. 개별 면담을 통해서 생활 패턴 즉 옷차림, 세탁정도, 신발 착용의 유무, 식생활, 식사 횟수, 주거 생활에서는 가옥구조, 화장실의 유무, 식수 시설의 유무, 모기장의 유무, 경제생활에서는 직업, 수입, 가족 수, 병원이용 유무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먼저 캄보디아의 일반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면적이 181,034제곱미터이고(남한의 약2배), 인구는 약 1,300백만명 정도이며, 언어는 크메르어를 주로 사용하며, 입헌군주제이며,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대부분이 농촌지역이다. 종교는 96%이상이 소승불교이며, 3%가 무슬림이고, 그 외 힌두교와 기독교 1%이다. 주 수입원은 시헴립의 앙코르왓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수입과 외국에 파견된 노동자의 수입과 외국의 원조이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방직 공장들이 프놈펜 인근에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캄보디아의 중요한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업이다. 캄보디아는 산림, 내수면 및 해안어업을 포함하여 자연자원이 풍부하므로, 작물재배부터 축산까지 적합한 다양한 농업지대를 가지고 있다. 메콩강과 바삭강, Tonle Sap호수의 수계(水系)는 건기농업에 풍부한 수자원을 공급한다. 이렇게 방대한 농경지, 풍부한 강우량, 태국과 베트남 등 ASEAN국가들과의 근거리 위치 등은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지만 반면에 불확실한 토지소유권, 부실한 농업기반시설, 운송시설, 시장부족, 낙후된 재배법, 공공분야의 지원 부족 등은 농업생산 저해요인이기도 하다.

캄보디아 농업의 GDP기여율은 2001년도에 37%이며, 노동인구의 80%가 농업에 취업하고 있으며, 빈곤층의 약 80%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농지면적은 530.7만㏊로 추정된다. 2000년도의 작물재배면적은 242만㏊인데, 이중에 90%인 216만㏊가 벼 재배 면적이다. 주요 벼 생산지역은 Battambang, Kampong Cham, Prey Veng, Takeo도(道)로 1999년도의 벼 수확량은 1.9톤/㏊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가장 낮다. 모든 토지는 정부 소유이며, 외국인의 토지 소유는 금지되고, 39년간 임대만 가능하다. 2000년 현재 국내총생산은 30억 9000만 달러이고, 주요산업은 농업으로 국내총생산의 36%를 차지한다. 무역부문에서는 총 수출액이 10억 5000만 달러, 수입액이 14억 3000만 달러이며, 주요수출품은 봉제품, 목재, 고무, 어패류와 대두, 옥수수 등 농작물, 주요수입품은 석유제품, 담배, 돈, 건설자재, 자동차, 전기제품이다. 주요수출국은 미국, 싱가포르, 타이, 독일, 중국이며 주요수입국은 타이,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이다.

한국과의 관계는 1962년 7월 총영사관을 개설하였고 2년 3개월 뒤 무역협정을 체결하였으나 북한권투선수 망명거부사건으로 프놈펜 총영사관을 폐쇄하였다. 론놀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은 70년 8월 5일 수교합의 하였으나 75년 4월 크메르루주의 프놈펜 장악으로 단교하였으며 92년 2월 양국 간 첫 외교관계 접촉이 프놈펜에서 이루어진 후 97년 10월 수교합의문에 서명하였다. 97년 1월 투자보장협정 및 경제•과학•기술협력협정을 체결하였다. 한편 북한은 1964년 2월 28일 수교 합의한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개별 면접과 눈으로 확인한 폼마폼몽 마을 실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 마을은 약 400~5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촌락의 형태는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길게 형성되며 그 뒤쪽으로는 논밭이 넓게 퍼져 있다. 마을 중앙에는 주로 한 두 곳의 우리나라의 구멍가게 비슷한 소규모 상점이 있는데 주로 과자 종류와 약간의 생필품을 판매하고, 그 앞에는 PET병에 휘발유를 담아 판매하는데 이것은 주로 오토바이 연료로 쓰인다. 그리고 이 마을에 한 곳의 이발소가 있었는데 전면에 거울이 한 개 있었고, 간이 의자 한 개가 전부였다. 시장은 군 단위 읍내로 나가야 있었고, 초등학교가 하나 있는데 오전 10시면 수업이 끝나고 하교한다. 대부분 오후에는 가정 일과 소를 돌보는 일을 한다. 초등학생들도 교복을 입고 다니는데 상의가 흰색이다. 말이 흰색이지 세탁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누런색이다. 어린이들은 대부분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이었다.

이들의 주식은 주로 쌀이나 바나나, 고구마 같은 것을 먹었는데 반찬은 한 두가지 정도였고 전기가 없으므로 해가 지기 전에 일찍 저녁을 먹는다. 이들 대부분은 하루에 두 끼니를 먹는다. 팝나무 수액으로 설탕을 만들어 먹거나 때론 수액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어 먹는다. 담배 잎을(대마와 비슷하게 중독성과 환각 작용을 한다고 함) 씹는데 그로 인해 치아가 시꺼멓게 되거나 대부분 치아가 녹아 뿌리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가난한 마을일수록 많이 한다고 함) 가옥구조는 대부분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사각으로 된 콘크리트 기초 위에 네 개의 나무기둥을 세우거나 사각 콘크리트 기둥을 세워 빈 공간을 만든다. 사각으로 기초를 하거나 기둥을 세우는 것은 뱀들이 주택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다. 1층의 빈 공간은 취사를 하거나, 돼지, 닭 등 가축들이 지내는 곳으로 아주 불결하다. 2층이 생활공간인데 한 가구당 대략 2~3세대가 함께 살아가는데 벽은 거의 없고 커튼으로 각 방을 구분한다고 한다.(이런 환경 영향으로 정조관념이 희박하다고 함) 바닥은 나무판자나 대나무로 되어 있으며 벽과 지붕은 팜나무 잎을 엮어 만든다. 화장실은 대부분 없다. 그러므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볼일을 본다고 한다. 집 주위나 밑에는 가축들이 함께 지내기 때문에 가축 분뇨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식수 시설은 대부분 둠벙이라는 물 항아리를 놓고 우기에는 빗물을 받아쓰며, 건기에는 강이나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다가 물 항아리에 담아 침전시킨 후 사용한다. 이렇게 대부분이 질병을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으며, 가옥 구조가 허술하여 건기의 경우 섭씨 15도 이하로 떨어지면 노약자의 경우 동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건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감기 질환을 앓는다고 한다.

다음으로 ponley 마을에 소재한 Health center를 방문하였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의 군단위 읍내인데 다른 곳과 다르게 입원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있었다. 이 병원은 Health center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Micael Chuon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부가 2005년 세운 병원이었다. 이 병원의 매니저 EmBo( M/60)와 면담하였는데 의료 인력은 의사가 3명이고 간호사와 보조원은 없다고 했다. 24병상이 있으며 일반진료와 결핵진료, 산부인과진료, 그리고 AIDS/HIV를 진단하는 건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의료 이용률은 하루에 3명 정도인데, 이유는 환자수가 적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공 의료서비스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의사의 경우 국가에서 파견을 보내는데 적은 보수와 시골로 가는 것을 꺼려하여 왔다가 말도 없이 가는 경우가 파다하고, 약품 및 인력 보조가 턱없이 모자라 일정 수준의 진료를 보장할 수 없는 구조였다.(방문 당시 약장은 텅비어 있었고 탁자 위에 몇 통의 약품이 전부였다) 이곳에서 1년에 50명의 신생아가 출생하고, 인근에 4개의 health center가 있는데 통틀어서 약 180여명의 신생아가 출생한다고 한다. 결핵병동의 경우 한 달에 45~50명 환자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었고 진료 및 약값은 정부의 보조로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결핵 침상이 따로 존재하였고 1차 약제만 제공되었다.( 방문할 당시 3명의 환자가 입원한 상태였는데 2명은 설사(diarrhea)때문이었고, 나머지 1명은 쇠약(weakness)때문이었다.)

옆의 health center 경우 2009년에 hospital로 격상되었는데 여러 NGO 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건축되었다고 한다. 월드비전 홍콩지부를 통해서 결핵병동과 산모병동이 건축되었고 AIDS/HIV 병동의 경우 UNISEF의 원조로 유지 운영되고 있었다. 운영상에 문제점이나 보완할 것이 있냐는 질문에 이 병동은 여러 단체들의 협조 하에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이탈리아의 한 NGO 단체는 이곳에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의료교육을 시행하고 있었다. 비록 병원 건물은 외국의 원조로 나름대로 규모를 갖추고 있었지만 의료 인력 및 장비, 약품 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행히 나름대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나 병동은 외국의 원조를 통해서만 운영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에이즈의 경우 혈액을 채취해 놓으면 NGO에서 검사 장비를 가지고 와 검사를 하고 있었으며, 결핵의 경우도 외국의 원조가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3일간 진료한 환자는 모두 632명으로 남자가 185명이었고, 여자가 444명이며 남녀 구분 기록이 없는 환자가 3명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15~60세까지가 61%인 386명으로 대부분 성인이었지만 아동도 123명으로 약 20% 정도였다. 질환별 분류를 보면 다음 표와 같다. 이들의 대부분은 급성 질환으로 소화기와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 질환조사표
끝으로 이번 지역조사는 아주 초보적인 것에 불과하다. 단지 의의를 말하라면 앞으로 이번 조사를 토대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의 내용을 보면 표면적이고 임의적인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지역을 조사하는 것도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확한 가구수조차도 파악되지 않으며 그들이 답한 것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그러나 조사를 시도했다는 것은 캄보디아 의료봉사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출발이라고 생각된다. 바라기는 이런 작은 시도들이 모여 깜퐁츠낭 지역에 구상하고 있는 상설 진료센타 설립에 기초자료 및 방향타 역할을 했으면 한다.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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