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벧엘의집 원용철 목사
올해 캄보디아 의료 봉사팀은 의료진, 약품, 내용면에서 지금까지의 팀보다는 훨씬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지난 해 충남대학교 병원이 동참하면서 단순한 진료 봉사를 넘어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해외의료봉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난 해 현지인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되기 시작한 캄퐁츠낭 지역 의료봉사센타에 대한 준비를 위한 계획들이 더해졌다. 충남대학교 병원에서는 현지에서 요청한 왕진 가방과 진료에서 쓸 약품 외에 현지에 전달하고 올 약품 등을 준비했으며, 희망진료센타에서는 캄퐁츠낭 의료현실 및 생활실태 조사를 통해 향후 세워질 센타에 대한 방향을 잡기 위한 현지 조사팀을 구성하는 등 일시적인 의료봉사를 넘어 상시적인 의료봉사가 가능한 길을 모색하는 계기였다. 이 뿐만 아니라 이번 일정에서는 앞으로 장학금 지원을 통해 캄보디아의 차기 지도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대생과의 면담 및 의학서적 전달 등도 계획되었다. 그 외 얼마 전 출범한 대전광역시 의료관광협회와 현지 지방정부와 협약을 통해 민간외교의 가능성도 타진해보는 등 단순한 의료봉사를 넘어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탄탄한 계획과 전망과는 무관하게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4월에 봉사를 갔는데 너무 더워 진료하는데 고생도 많았고, 동참하고 싶어도 시기가 어정쩡하여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어 상대적으로 덜 덥고, 방학 기간인 2월 마지막 주에 가기로 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 시기가 봉사하기만 좋은 것이 아니라 캄보디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왕코르왓 사원인데 메뚜기도 한철이란 말처럼 그곳을 관광하기에도 가장 좋은 시기가 2월이란 것이다.

준비물 확인, 의약품 포장, 공항에 가는 차량 확인 등 대부분의 출발 준비를 마치고 최종 인원 점검 및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표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출발할 비행기 편이 없다는 것이다. 해외를 가면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하는 것이 비행기 편인데 그것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출발 이틀 전 저녁 무렵에 실무자로부터 그 전화를 받고는 앞이 캄캄해지는 듯 했다. 의료 봉사에 의사가 없으면 가나마나 이듯이 모든 것이 준비되었어도 가는 교통편이 없으면 국내도 아니고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뭐 이런 황당하고도 믿기지 않는 일이 있단 말인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비행기 예약하는 것을 빠트린 것도 아닌데 표를 못 구했다니 그것도 출발 이틀 전에 알게 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자초지종이야 어찌되었든 우선 급하게 인천공항에서 활동하는 이준석 선교사님을 통해 좌석 표를 구하기 시작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표를 구해야 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표를 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떠나기 하루 전날 오후까지 좌석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 초조해지는 마음에 매시간 전화통화로 확인하던 중에 저녁 무렵에 다행히 프놈펜으로 떠나는 좌석은 일정대로 일요일에 9명과 그 다음날 나머지 4명이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정대로 돌아오는 좌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남대학병원은 일정대로 돌아오는 좌석이 확정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충남대학병원과 앞으로 함께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한데 이번 일이 잘못되면 계획하고 있던 것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졌다. 그래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충남대학병원 측에는 일정대로 올 수 있다고 하고는(사실 오는 좌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었다)출발을 강행했다. 막상 출발 당일 충남대학병원의 인솔자이신 윤환중 교수(내과 전문의)의 정말 일정대로 올 수 있냐는 말에 가는 편만 일부는 일정대로 출발하고 일부는 그 다음날 출발하면 되고 오는 것은 모두 잘 되었다고만 짧게 말하고는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내가 그렇게 강행할 수 있었던 믿음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번 일이 틀어지면 앞으로 충남대학병원과 함께 하는 것이 어려워 질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 출발하고 나머지는 봉사기간 동안 캄보디아에서 문제를 해결할 심산이었다. 그러면서 이준석 선교사와 계속 통화를 하며 상황을 점검해가며 출발한 것이다.

공항으로 가던 도중 천안삼거리 휴게소를 들러 점심을 먹기로 하고 휴게소에 도착하는 순간 이준석 선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행이 있는 곳에서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 자리를 옮겨 통화 했는데 기적적으로 직항은 아니지만 일정대로 베트남 호치민 공항을 경유하는 비행기 편으로 확보되었다는 낭보였다. 천근만근 무거운 마음이 하늘을 날아갈 듯 가벼워지며 조금은 흥분되기도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윤환중 교수를 조용히 불러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랬더니 황당하기만 하다며 허허 웃기만 한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나보다. 처음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황당하고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뭔 이런 일이 있나 하다가 그것이 현실로 받아들여지며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캄보디아에 대한 내 비전이 바른 길이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이제 문제는 모두 같이 떠날 수만 있다면 다 해결되는 것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우선 확보된 9명을 배정하고 나머지 4명은 기다리기로 했다. 여기에서 한 가닥 희망은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좌석이 남으면 배정받는 길이었다. 그런데 전날 프놈펜으로 떠나는 비행가 만석이어서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한 사람이 공항에서 노숙을 했다는 것이다. 그 분이 1번을 배정 받았고 2번부터 5번까지가 우리 일행이었다. 문제는 남는 좌석이 있느냐 없느냐 있으면 몇 명이나 더 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감시간이 임박해가면서 속이 타들어가는 듯 했다. 발권이 마감되고 나서 대기자 중에 몇 명이나 더 탈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항공사 직원이 다 탈 수 있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급하게 출국수속을 마치고는 비행기에 타는 순간 정말 다 함께 가는 것인지 믿기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우여곡절 끝에 모두가 한 비행기로 프놈펜을 향해 출발했다는 것이다.

출발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앞으로 4박 6일간의 일정 동안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뭇 기대와 우려가 앞선다. 바라기는 이번 일정에서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출발 전의 사건으로 액땜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무사히 다녀왔기에 하나의 추억이 되었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번 캄보디아 출발은 너무 무지막지한 출발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아울러 아무 대책도 없이 무모한 출발을 강행한 인솔자를 믿고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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